양길현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세계경제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대기업 수출이 올 1·2분기 모두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는 건 퍽 반가운 일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이 넘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만큼 국민들에게도 떡고물이 주어질 것으로 보기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이 삼성·현대 등 대기업들이 때때로 불법과 부도덕성을 보여도 눈을 감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들 대기업의 사활이 곧 한국경제의 생존으로 연결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의 이익 나누기는 ‘자선’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최대로 나타나자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 기본적으로 대기업 편향의 정부이지만, 정치는 국민들의 표를 먹고 살아야 하기에 대기업의 이익을 나누어 갖는 ‘상생의 대한민국’을 요청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더욱이 지난 2년여동안 이명박 정부가 많은 욕을 먹으면서도 얼마나 대기업 편향의 정책을 추진해 왔는지를 돌이켜 보면, 영업이익 일부를 조금 풀라고 요청하는 게 전혀 부당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업의 생리상 그러한 화답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자본축적의 논리가 압도하는 기업에게 돈 많이 벌었으니 조금 나누어 갖자는 호소는 여전히 자선에 기대는 것일 뿐이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논조에서는 정부가 기업 활동에 유리한 정책을 펴는 건 당위처럼 간주된다.

그러니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세계경제에서 대기업이 수익창출에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기업인들의 남모를 수고와 남다른 역량이 뒷받침된 것이라고 파악하는 기업엘리트주의에서 볼 때, 수익을 기업인이 전유하는 건 하등 나무랄 일이 아니다.
 

‘협력’에 숨겨진 비공정성의 잣대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가 한 때는 그러한 기업 엘리트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최근 정부가 밀어붙이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론’은 그 출발에서부터 미온적이고 일회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내재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 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대통령의 발언에 이은 청와대 조해진 대변인의 후속 전언을 통해 확인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인에게 부탁하고 호소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정한 심판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입장은 공정한 심판관으로서의 정부 역할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와 대기업간의 갈등설과 관련하여 ‘며칠 사이에 대기업을 어떻게 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럴 생각 없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조 대변인이 ‘대기업 비리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인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해석은 ‘법과 규제만으로는 안 된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기에 ‘자칫 잘못하면 중소기업이 현실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안일 그 자체이다.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중소기업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 지의 저간의 사태를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사회적 분위기가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로 가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언명은 바로 양극화 해소를 염두에 두는 처방에서마저 여전히 대기업 편향의 기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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