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본질 외면한 공허한 ‘합창’

[편집국장의 편지]

 “해군기지 문제로 제주사회에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한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공항이 현재 포화상태로 알고 있다. 기존공항 확장으로 부족하다면 신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후보 경선때 제주를 찾았던 박근혜 전 대표의 얘깁니다.
2007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도 제2 제주국제공항 2010년 착수, 2017년 완공과 관광미항 해군기지 건설을 공약했지요.
 
5년이 지난 지금 제주신공항은 2014년 공항수요를 재조사한후 공항개발중장기계획 반영여부를 결정하기로 해 건설 여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강정 해군기지는 정부도 인정한 입지 선정에서부터 추진과정과 절차상의 문제에도 공권력을 투입해 강행되면서 600여명에 이르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 등이 사법처리되는 등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빌려준 권력에 억압을 당하는 민주주의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지요. 그리고 지난달 30일부터 5박6일간 폭염과 태풍속에 강정마을에서 탑동까지 제주도를 한바퀴 돌며 이어진 강정평화대행진에 전국 각계의 국민들이 함께 하며 해군기지 백지화를 외쳤습니다.
 
울림이 없는 ‘합창’
이달초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들은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제주신공항 조기 건설과 강정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합창’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반드시 (제주신공항 건설을) 해내겠다”고 다짐한 박근혜 후보에서부터 안상수·김태호·김문수 후보도 저마다 신공항 조기건설을 호언장담했지요. 하지만 도무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해군기지에 대해선 15만t급 크루즈선의 입출항 안전성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을 말하면서 막연하고 맹목적인 국가안보 프레임에 갇혀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정부·해군과 새누리당이 말하는, 대한민국 영토도 영해도 아닌 수중암초 이어도 수호를 비롯한 해양안보와 해상교통로 보호, 해양자원 확보 등은 기본적으로 해양경찰의 업무이거나 외교적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들입니다. 해서 제주해양경찰청이 신설됐고, 화순항에 해경 전용부두가 건설중인데다 제주항 해경전용부두 확장공사도 추진되고 있고, 서귀포항에는 최대 운항거리가 3700km에 달하는 최신예 경비정 ‘대극 6호’도 배치된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화순항이나 제주항 해경 전용부두를 해군 기항지로 활용하면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안보사태에 충분히 대비할수 있습니다. 해군이 애초부터 최적지로 꼽은 곳이 화순이기도 하고요. 이것이 대규모 군사기지 건설에 따른 국제적 긴장을 조성하지 않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확보해서 국가안보와 세계 평화의 섬 제주의 가치 ‘두 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는 길입니다.
 
그럼에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비용 1조원과 2척의 이지스구축함을 비롯한 이어도-독도함대 창설에 6조5000억원 등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 국민적 갈등과 국제적 긴장을 유발하며 강행하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 것이지요.
 
국가안보 들여다보기
지난 6월 이명박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한·일 군사비밀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Gernal Security of Information Agreement)을 비밀리에 통과시키고 29일 일본 도쿄에서 서명식을 하려다 국민적 반발로 연기하면서 국제적 망신을 산 ‘사건’의 배후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축으로 한 중국 봉쇄에 전력을 쏟고 있는 미국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인도-한국-일본-호주를 잇는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의 핵심 축은 한·미·일 삼각동맹이며, 그 연결고리는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MD)라는 것 또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지목해 왔습니다. 북한이 괌이나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국해군 이지스함에 장착되는 스탠다드미사일(SM-3)로 요격하는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인 것이지요.
 
한·미·일 삼각동맹과 인도·호주·아세안을 아우르는 미국의 중국 포위봉쇄전략은 중국과 북한·러시아의 결속 강화를 통한 동북아 신냉전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고, 중국이 포위망 돌파에 나선다면 ‘전초기지’인 제주 해군기지가 1차적인 타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정부가 지정·선포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미국의 패권전략의 전초기지이자 동북아 신냉전의 중심에 놓여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협받게 되는 것이지요.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국이며 관광·투자유치 시장이자,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통한 한반도 정세 안정, 장기적으로는 평화통일에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나라입니다. 과연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에 편입돼서 중국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면서 동북아 신냉전의 중심에 서는 것이 어떻게 국가안보와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정부·해군도, 새누리당도 납득할만한 ‘답’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그저 막연히 국가안보를 위해서라거나, 제주의 신성장동력이 될것이라는 등 ‘개념없는’ 소리들만 하고 있지요. 그러니 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해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다, 신공항 건설이다, 국제자유도시다 떠들어도 감흥이 없을수 밖에요.
 
국가안보를 빙자한 이데올로기의 덫에 3만여명에 이르는 무고한 도민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4·3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 몸집불리기에 혈안이 된 국방부와 해군, 국가를 넘나들며 이익을 챙기는 ‘군산복합체’, 여기에 기생해서 ‘떡고물’을 챙겨보려는 세력들이 제주를 동북아의 신냉전의 화약고로 전락시키려는 것이 해군기지의 본질임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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