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반향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
박근혜, 안철수, 제주에 대한 손학규의 변

▲ 지난 30일 제주웰컴센터에서 '2013제주희망콘서트' 두번째 시간이 마련됐다. 문정임 기자

▲ 손학규 후보는 이날 슬로건과 같은 제목의 노래 '저녁이 있는 삶'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 이 곡은 민중가요 1세대로 불리는 순천대 박치음 교수(사진)가 만들었다. 문정임 기자
▲ 참석객 중 일부가 손 후보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문정임 기자

[제주도민일보 문정임 기자] '2013제주희망콘서트' 두번째 주자로 제주를 찾은 민주통합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는 경쟁 후보들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손 후보는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를 겨냥한 듯 “5.16과 유신을 미화하며 아직까지 1970년대 박정희식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출간 등으로 사실상 대선 출마의사를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는 “안철수와 손학규는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 좋다. 그는 우리 사회의 ‘백신’이 분명하다”며 “하지만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한국 정치가 실망을 안겨준 데 대한 국민들의 보상심리가 적용된 것일 뿐 정치는 현실이고 그(안철수)에게는 그의 생각을 현실화 시켜줄 정치적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안철수와 달리)경험이 있고 가치를 갖고 역사와 씨름하며 살아온 삶의 궤적이 있다. 손학규의 안정감이 있는 경험과 안철수의 생각은 곧 하나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손학규 후보는 감성적 슬로건의 첫 깃발을 꽂은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궁금증도 풀어냈다.

손 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이란 표현은 지난해 한 라디오방송 정기연설에서 먼저 언급한 바 있다. 대선 경선을 의식해 새삼스레 내놓은 메시지는 아니”라고 말했다.

손 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이 세대를 넘어 큰 지지를 얻는 이유에 대해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한 지를 생각케 한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같은 메시지를 듣고도 어떤 국민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는 메시지로, 어떤 국민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미로, 어떤 이는 퇴근 시간을 앞당기는 정책을 펴겠다는 의미로 달리 받아들이는 등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그림이 각기 다르다”며 “그러나 ‘저녁이 있는 삶’은 한두가지 정책에 국한된 메세지는 아니다. 목표지향적 성장 일변의 정책 패러다임을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특히 “가장 먼저 저녁을 돌려줘야 할 세대는 청소년”이라고 말하고 “죽어라 입시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아니라도, 일류대학이 아니라도, 서울을 안 가도 되는 나라를 만드는 게 장기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70%가 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독일(50%)과 비교해서도 월등히 높다”며 “입시 문제 손질과 함께, 중소기업이 좋은 직장이 될 수 있는 사회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수도권과 지역권의 국립대를 묶어 입학생을 공동 선발하고 학점이 교환되는 공동 교육체제를 만들어야 지역 학생들이 불리해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손 후보는 “이번 ‘저녁이 있는 삶’ 슬로건에 대한 국민적 반향이 큰 것은, 삶 전반에서 여유와 배려를 찾고 싶은 국민들의 바람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손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입장도 표명했다.

손 후보는 “4.3의 아픔이 아직 남아있는 제주에 다시 해군기지로 인한 갈등이 생겨 가슴이 아프다”고 말 문을 연 뒤 “해군기지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2007년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통과될 당시의 민군복합형 모델로 진행돼야 한다. 안보시설일수록 주민 동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해군기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제대로 밝히고 시작해야 한다”고도 쏘아붙였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가 중국을 겨냥한 군사기지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다. 중국과 연관 지을 이유가 없다. 중국을 적대시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긋기도 했다.

향후 제주도의 발전 방향과 관련해서는 앞선 문재인 후보와 비슷한 구상을 내놓았다.

손 후보는 “제주는 큰 형수의 고향(큰 형과 손학규는 16세 차이)이라 (형수가 시집온) 중학교 이후 줄곧 동경의 대상이었다”며 “제주는 품격높은 컨벤션 중심의 관광도시가 돼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 보전 정책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외교를 표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손 후보는 “향후 남쪽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당연히 그 장소는 제주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갈옷 재킷을 입고 나온 손 후보는 “비행기를 탔더니 사람들이 나보다 갈옷을 보고 더 놀라더라”며 “시원하고 고급스럽고 무엇보다 문화가 담겨 있어 매력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손 후보는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민주화’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손 후보는 “‘경제 민주화’란 시장경제가 원활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가 적절한 규제와 감독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라며 “미국 시장도 시장경제와 공정거래가 근간이다. 횡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제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이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다.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중요한 현대사회에서는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날 두번째 콘서트 자리에는 '2013제주희망콘서트' 공동대표인 임문철 신부도 함께 했다. 임 신부는 콘서트에 앞서 무대에 올라 "희망을 그저 막연히 찾지 말고, 만들어가자"며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들에 대한 (각자의 개별적) 지지를 호소했다.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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