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 고유의 기본적 기능인 학술연구조사에 손을 놓았다는건 놀라운 일이다. 지난 2008년 직제개편으로 학예연구인력이 줄어 업무가 과중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한해에 단 1건도 연구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건 직무유기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본다.

더욱 한심한 것은 박물관 내부의 문제 의식 부재다. 개인적 차원의 자유주제 조사인 1인 1과제가 있기 때문에 학술조사가 이뤄지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거나, 습관적으로 구입하는 자료들을 비좁은 수장고에 쌓아놓으면서 관리인이 없어도 된다는 발상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부실한 전시는 학술연구조사 실종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기존 박물관에 있던 박제품과 설명이 붙은 판넬이 전부인 ‘희귀조류전’은 단적인 사례다. 더욱이 관련 내용이 실린 한 인터넷뉴스를 출력해 유리관에 넣어 관람하게 하는 것은 ‘압권’이다.

이런 문제의 근원은 전임 김태환 도정의 대책없는 직제개편 때문이다. 성격이 다른 연구기관들을 환경자원연구원으로 몰아넣으면서 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인력 2명을 빼가고, 1명은 4·3연구소로 보냈다. 그 결과 조선시대 전공자가 고고·민속 전체를, 조류 전문가가 동물영역 전체를 맡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학예사들은 과중한 업무 때문에 제대로 된 학술연구조사에 대한 엄두를 못내고, 고위 관리직은 곧 떠날 곳이라는 생각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것이 민속자연사박물관의 현주소다.

‘우근민 도정’이 민속사와 분리해 건립을 구상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도 전문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별반 나아질게 없을 것이다. 박물관 본래의 기능을 살리기 위한 전문인력 충원 등 화급한 조치와 함께 민속·자연사박물관 분리 계획에 따른 효율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주도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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