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태일 /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김태일

제주전통건축은 하나하나가 제주의 역사가 스며든 문화자원이자 정체성이다. 즉, 그 속에 숨겨진 사실(史實)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될 때 아름다운 땅, 제주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사람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였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퍼즐을 짜 맞추어 가듯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체성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의 깊은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 원동력의 출발점은 전통건축의 보존과 적절한 활용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적인 삶에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전통건축의 현대화를 위한 기술적 접근방안과 제도적 접근방안이 강구돼야 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첫째, 전통건축 기술자의 육성과 지원이다.
현실적으로는 도제(徒弟)시스템이 붕괴돼 전통적 방법으로 축조기술을 전수받은 기술자도 없어 제주전통건축을 보급하고 현대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토대가 상당히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제주전통건축 축조기술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들 교육과정에 대해 일정부분 실험실습과정을 지원해주는 정책적 지원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둘째, 현대적인 삶을 수용할 수 있는 전통건축의 표준화이다.
기술자의 육성과 아울러 제주전통건축의 구조체를 표준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제주전통건축의 목구조 형식은 육지부와 달리 상당히 단순한 구법으로 되어 있어서 이를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과 구조체로 연결시킬수 있는 표준화는 의외로 용이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은 구조체 표준화작업을 통해 산업화의 기반구축이 가능하며 이는 경쟁력이 있는 건축산업으로 정착될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는 경제적인 전통건축을 제공할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전통건축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정책 및 조례제정이다.
주택정책에 있어서 일정비율의 전통건축활성화를 위한 장단기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아울러 전통건축 신축보조금 지원정책과 기술적 지원을 위한 가칭 「제주전통건축 육성 및 기술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직접 혹은 간접적인 지원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넷째, 원도심 재생사업 지역에서의 시범사업 추진이다.원도심의 공간구조를 보면 주요 도로주변은 비교적 신축건축물이 집중돼 있으나 이면블록에는 노후주택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전통마을의 공간구조 재현과 주거환경을 재생하는 수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 제주전통건축의 가치를 재발견할 때다. 21세기는 문화와 환경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의 생활환경과 문화는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는 가의 문제이며 여기에 제주전통건축을 어떻게 우리의 삶의 한 부분으로 이어가도록 노력하는 가라는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생각된다. 그것은 지원제도와 정책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들 스스로가 제주전통건축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는 관심과 노력의 문제가 더욱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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