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소통을 기대하며

정부·해군과 강정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해군기지 ‘끝장토론’이 성사된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정부·해군과 강정마을 주민들간 불신과 ‘불통’의 벽을 허물고 대화를 통해 해군기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해군기지 ‘끝장토론’은 정부·해군측과 반대주민측, 찬성주민측 각각 3명과 배석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오는 10일 ‘입지선정과 의견수렴과정 전반’에 대한 1차토론을 시작으로 2~3차례 더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토론은 무엇보다 정부·해군의 진정성 있는 소통의 자세가 절실하다.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일방적인 국가안보 논리와 형식적인 법절차만 내세우면 ‘답’이 안나온다.

따져야 할 문제들
먼저 따져야할 문제는 해군기지 사업의 정당성이다. 해군기지가 과연 국가안보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지,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동의와 입지 선정은 올바르게 됐는지, 실질적인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인지 등에 대한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해군은 국가안보를 위해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만 할뿐 납득할만한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해상교통로 보호와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등은 기본적으로 해양경찰의 업무이고, 제주해양경찰청 신설과 화순항 전용부두 건설, 제주항 전용부두 확장 등을 통해 해양치안 확보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해양자원 확보는 국가간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이지스구축함을 비롯한 기동전단과 잠수함전대의 모항이자 미국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드나드는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패권경쟁에 휘말려 동북아시아의 ‘화약고’가 될것임은 세계적인 석학들과 국내·외 전문가들이 경고해온지 오래다. 일본-한국-인도를 잇는 ‘초승달 포위전략’으로 중국을 견제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미국의 주도하에 한·미·일 삼각동맹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때문에 정부·해군은 아시아 공동 평화·번영을 논의하는 제주포럼이 열리고 오는 9월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리는 등 세계 평화·환경의 ‘메카’ 제주에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위험성이 높은 해군기지가 합당하냐는 물음에 제대로 답을 할수 있어야 한다. 화순항 해경 전용부두를 해군 기항지로 활용하면 국가안보 목적을 충족하고 국가예산 낭비를 막을수 있음에도 굳이 강정마을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제주사회를 갈등의 도가니로 만들면서 해군기지를 강행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수 있게 내놓아 보라는 얘기다.

화순이 최적지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들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치자 위미 1·2리를 전전하다 강정마을로 낙찰된 입지 선정 문제도 해군기지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1000여명의 강정마을 유권자 가운데 고작 87명의 박수로 이뤄진 해군기지 유치 건의와 도의회에서 신뢰성·공정성 문제가 드러난 여론조사로 한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 ‘번갯불에 콩 구어먹듯’ 결정한 것은 말이 안되는 노릇이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임의 최소 요건인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 안전성 검증을 회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해군의 명확한 답변이 필요하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해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제주도가 요구한 조건에 따른 시뮬레이션 검증을 거부하면서 국방부가 단독으로 해보니 문제가 없다고 고집하는 행태로는 안된다.

공개 TV토론으로…
이번 토론이 비공개로 열기로 한 것은 매우 아쉽다. 정부·해군과 찬성측이 당당하다면 지금이라도 TV 중계 등을 통해 전국민이 보는 가운데 문제들을 속속들이 따지고 제대로 된 ‘윈 윈’해법을 찾을수 있도록 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다.

더불어 정부·해군은 국가안보를 내세워 경찰 공권력을 동원해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 등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자행된 인권탄압 행태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 절대보전지역 해제와 환경영향평가,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승인, 문화재 발굴조사 등 불법·편법적인 추진절차와 함께 무용지물인 오탁방지막을 비롯해 밥먹듯 이뤄진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미이행 등 불·탈법적인 공사 문제도 책임규명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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