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한심하고 답답한 노릇이다. 올해 제1회 제주도추경예사안 심의에서 제주도의회의 예산 ‘떡반나누기’ 고질병이 도진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이런 저런 문제들을 제기하며 잔뜩 열을 내다가 정작 계수조정때는 적당히 봐주고 지역구 사업비나 행사비 등을 챙겨가는 ‘촌스러운’ 관행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반복됐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숱한 문제와 의혹으로 감사원 감사가 이뤄지게 되고, 정부가 발을 빼면서 전액 지방비로 편성돼 ‘동네잔치’로 전락한 세계7대자연경관 후속사업비를 손을 대는 시늉만 했다. 12억9000만원의 7대경관 관련사업비 가운데 인증식 행사비 4억원은 그대로 두고 글로벌 제주브랜드 구축 및 마케팅 전략 사업비 5억원에서 5000만원, 신7대불가사의·7대경관 국제교류협의회 운영사업비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 백서발간 7000만원 등 2억2000만원을 삭감하는데 그친 것이다.

“7대경관이 동네잔치냐”,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제기된 문제들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라는 등 예산심의과정에서 나왔던 도의원들의 질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여기에 골목상권·음식거리 활성화와 FTA 대응 경쟁력 강화 사업비, 남조로 확포장 사업비, 생태문화탐방로 조성 등 지역경쟁력 강화와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사업비들이 뚜렸한 명분없이 잘려져 나갔다.

도의회는 이렇게 삭감한 66억7000만원을 대부분 지역구 사업비나 민간행사비로 신설·증액하면서 ‘떡반’을 나눴다. 의정자료 수집이니 선진의회 견학이니 하는 명목으로 도의회 사무처 예산도 9300만원을 새로 챙기면서 ‘제 머리를 깎는’ 몰염치한 행태도 드러냈다.

도의회가 신설·증액한 예산 92건 가운데 36건만 도가 제출한 항목일뿐 나머지는 모두 급조됐다는 것만 봐도 예산 ‘떡반나누기’ 행태가 어떠한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무리 ‘표’를 먹고사는 도의원이라고 해도 명분이 없는 7대경관 후속사업비 삭감 등에 대한 도민사회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제주의 미래전략이나 경쟁력 강화 등 ‘큰 그림’에 대한 고민은 없이 ‘동네예산’ 챙기기에만 전념하는 행태는 더이상 방치해선 안될 일이다.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도민사회가 두눈을 부릅뜨고 도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냉철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토대로 다음 선거에서 ‘표’로 냉정하게 심판해야 도의원들의 ‘촌스러운’ 예산심의 행태를 바로잡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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