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데스크논단
즐거운(?) 나의 집[칼럼] 조영배 /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교수
▲ 조영배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라는 노래가 있다. 영국의 비숍이라는 작곡가의 작품인 ‘즐거운 나의 집’이다. 필자 또래들이 중고시절에 참으로 많이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의 내용은 대체로 이러하다. ‘세상에 즐거운 곳이 많아 여기저기서 오라고 하여도 우리가 편히 쉴만한 곳은 역시 작지만 나의 집뿐이다. 내 나라가 나의 기쁨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길이 쉴 곳은 꽃 피고 새 우는 내 집 뿐이다.’

집이란 어머니 같은 안식의 상징이다. 집이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공간이며, 집이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며, 집이란 허식(虛飾)을 벗어버릴 수 있는 진실의 공간이며, 집이란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이 모여 있는 시간의 응축이며, 집이란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행복의 마당이다.

때문에 집에서는 시간이 흘러도 정지한 상태가 되며, 때문에 집에서는 슬픔도 기쁨도 모두 감동이 되며, 때문에 집에서는 갈등과 다툼도 화해로 승화되며, 때문에 집에서는 저녁의 한숨이 새벽의 희망으로 바뀌게 되며, 때문에 집에서는 막혔던 모든 벽들이 깨어져 소통의 생동함을 맛보게 되며, 때문에 집에서는 집밖에서 썼던 가면들을 훌훌 벗어버리고는 맨살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때문에 집에서는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된다.

우리 제주사람들도 작지만 이러한 집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그리고 제주사람들에게 있어서 ‘즐거운 나의 집’은 ‘즐거운 나의 집’뿐만 아니라, 언제나 ‘즐거운 너의 집’이기도 했다. 왜냐 하면 제주 사람들의 집은 이웃 간에 소통의 소통을 낳았고, 공감의 공감을 연결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이웃을 방문할 때도, ‘나의 집’에 가는 것처럼 그저 편안히, ‘이수과?’하면 그만이었다.

비숍이 노래한 ‘나의 집’에는 꽃이 피고 새가 운다고 했다. 그렇다. 집은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다른 생명들도 잇대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제주사람들의 집도 인간만이 사는 곳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서로 함께 살아간 곳이었다. 때문에 제주사람들의 ‘즐거운 나의 집’은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기능을 하는 곳이기 이전에 모든 생명들을 소중히 하는 곳이었다. 일정한 시나리오에 의해 기획된 집은 생명성보다는 기능성만이 판을 친다. 그런데 기능성이 생명성을 능가하는 집을 어찌 ‘즐거운 나의 집’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너와 함께 하는 집’이나 ‘우리의 집’이 없는, 그래서 오직 ‘나의 집들’만 있는 곳을 어찌 ‘즐거운 나의 집’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웃을 경계하고, 이웃의 아픔에 눈을 감아버리는 집이라면, 그 집을 어찌 생명성 있는 집이라 할 수 있겠는가?

아파트가 높이 솟아오를수록, ‘즐거운 나의 집들’이 ‘고독한 나의 집들’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며, 집집마다 담벼락이 높아질수록, ‘즐거운 나의 집들’이 ‘불통의 나의 집들’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며, 대문을 닫아걸고 삼엄하게 출입경비를 하면 할수록, ‘즐거운 나의 집들’이 ‘불신과 갈등의 나의 집들’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강정마을에 군관사가 들어선다고 시끄럽다.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서 군관사를 강정마을 안에 세운다고? 세상에나? 군인 가족들은 교육 장소의 자유도 없나보지? 그리고 그 군관사가 과연 강정마을 주민들과 ‘즐거운 우리들의 집’을 형성할 수 있기나 할까? 참으로 답답하다. 결국 강정마을에 군관사를 짓겠다고 막무가내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해군의 저의는, 모든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강정마을을 떠나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강정마을에 턱하니 600여 세대나 되는 아파트를 지어놓고는 그 정문에 군인 경비를 세워 삼엄한 경계를 해 나간다면, 과연 그 마을이 ‘즐거운 나의 집들’로 넘치겠는가, 아니면 ‘고통의 나의 집들’로 넘치겠는가? 군관사에 들어오는 군인들이라고 해서 과연 그런 집을 ‘즐거운 나의 집’이라 하겠는가? 제발 강정의 ‘즐거운 나의 집들’과 ‘즐거운 마을공동체’를, 부디 그대로 놔두시오. 꽁꽁 문을 닫아 건 근사한 아파트보다는, 엉성한 집들이라 해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소박한 ‘우리들의 집’이 그야말로 ‘즐거운 나의 집’이기 때문이오.

조영배  wabora2002@yahoo.co.kr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