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행정체제 개편 궤도 수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주민설명회에 나선 시장직선제와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 읍·면·동 자치강화안 등 3가지 대안 모두 행정체제 개편의 본질과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다.

본란에서 거듭 지적했듯이 행정체제 개편은 ‘제왕적’ 도정의 폐해를 없애고 주민참여자치 확대와 행정 효율성 및 서비스 제고를 통한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도 단일자치에 2개행정시-34개 읍·면·동 3단계 행정계층으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성과 서비스 질 저하, 주민자치 축소 등 지난 2006년 출범한 특별자치도 행정체제의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최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잘못 꿴 단추
지난 19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열린 행정개편 추진상황 보고회에선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의 ‘단추’가 잘못 꿰어졌음이 확인됐다. 당시 행정체제 개편 연구용역 책임자였던 최영출 충북대 교수가 용역팀이 ‘행정시가 없는 도- 광역 읍·면·동’, 단일 자치계층에 2개 행정계층을 제시했음에도 ‘김태환 도정’이 행정시를 둔 현 행정체제를 만들어냈다고 밝힌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4개 자치시·군 폐지와 공무원 감축에 따른 반발 등 정치적 이해관계로 도 단일자치에 3단계 행정계층의 기형적인 행정체제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최교수는 행정시를 없애고 7~8개의 광역 읍·면·동, 즉 대동(大洞)으로 구성하는 것이 최상의 대안이라는 소신을 거듭 밝혔다.

이로인해 행정의 효율성과 서비스 질 제고를 통한 도민 삶의 질 향상, 공무원 감축을 통한 예산 절감 등의 기대효과가 모두 사라지고 ‘제왕적 도정’의 폐해만 떠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제시된 3가지 행정체제 개편 대안 모두 3단계 행정계층을 고수하는 등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법인격이 없기는 마찬가지고 주민참여자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 즉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제왕적’ 도지사에 대한 견제와 주민 자치권 확대 측면은 긍정적이지만 특별자치도 취지와 어긋나고 정부의 행정체제 개편 방향과 역행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2개 행정시는 그대로 두고 읍·면·동장을 주민들이 뽑는 읍·면·동 자치강화안은 행정혼선만 부를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처럼 3단계 행정계층을 고수하려는 것은 인구 110만명인 수원시 공무원이 2300여명인 반면 56만명의 제주도는 5000여명이라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밥줄’과 선거공신에 대한 자리배분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 행정구역을 어떻게 하며, 도지사와 도의 권한·예산·인력 등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넘겨줄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것도 진정성을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본질에 충실한 대안을
다시 강조하지만,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참여자치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하며, 효율성과 더불어 근거리 행정을 통한 서비스 제고도 실현가능한 최상의 대안을 찾는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19일 열린 ‘풀뿌리 자치 실현을 위한 행정계층 구조 방향’ 토론회에서 논의된 다양한 의견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는데 충분히 감안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특히 도의회와 학계·시민사회단체 등은 물론 본보가 창간 2주년을 맞아 각계인사 200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가능하다면, 지난 2006년 행정체제 개편때 당초 ‘그림’대로 행정시를 없애고 43개 읍·면·동을 7~8개 권역으로 광역화한 대동제(大洞制)를 도입하고 법인격을 가진 기초자치단체로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광역 읍·면·동장을 직선하고 기초의회를 둠으로써 주민자치권을 확대하고 해정의 서비스 질도 높일수 있을 것이다. 이와함께 도지사와 도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행정계층을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임으로써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무원 감축을 통한 예산 절감 효과도 클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기초의회 구성에 따른 부정적 측면이 없지 않음을 감안,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근린의회’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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