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본예산 편성된 165억원 의회 협의 없이 삭감

제주도가 편성해 놓고 도의회 의결까지 받은 예산을 무더기 삭감하는 사례가 발생해 예산 편성에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0일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제주도가 2010년도 본예산에 편성한 후 지난달 제출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전액 삭감한 사업은 165억200만원에 달하고 있다. 도 본청 및 사업소는 85억400만원, 제주시 42억600만원, 서귀포시 37억9200만원이다.

도의회 모 전문위원은 “사업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본예산에 편성된 165억여원을 삭감해 새로운 자체사업 재원으로 편성하고 있다”면서 “의회에서 심의한 예산을 집행부가 삭감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것으로 의회 심의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주전문재활센터 건립 사업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계속비 사업으로 시설비 40억원, 자산 및 물품 취득비 15억원 등 국비 가내시 없이 편성했다.

이에 따라 올해 본예산에 국비 55억원을 계상해 내년 3월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국비가 반영되지 않아 전액 삭감하고 내년 12월까지 사업기간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서귀포시 서귀동 옛 서귀여중 부지에 특성화된 전문 재활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데 총 사업비가 380억원이다.

또 무형문화재 전승기반 구축사업도 본예산에 20억원을 계상했으나 국비 미확보로 14억700만원이 삭감됐고, 한라생태체험 및 난 감상원 건립사업도 국비가 확보되지 않아 23억3700만원이 삭감됐다.

바이오가스 플랜트시설 사업비 21억원, 한-EU(유럽연합) FTA 기금 사업인 가금 청정화 및 요네병검사센터 설치 11억원도 같은 이유로 예산이 삭감돼 국고보조금 확보 능력이 지적을 받고 있다.

안창남 의원은 “예산은 정책을 반영하는 것인데 전액삭감 사업이 많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국고 절충 및 확보가 부족하다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차우진 제주도 경영기획실장은 “국비 확보나 정부 지침 등에 따라 전액 삭감되는 사례가 일부 있었다”고 답변했다.

반면 본예산에서 삭감된 사업을 추경에 재편성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어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변시지미술관 건립사업 실시설계 용역은 1억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서귀포야간경관 특화지구 조성사업은 3억2500만원에서 6억으로, 향토문화 대사전 구축 연구용역비는 75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증액 편성됐다.

김진덕 의원은 “꼭 필요했던 사업이라면 본예산 심의 때 의회를 설득하고 예산을 확보했어야 옳았다”며 “이는 의회심사를 무시하는 것이고 집행부의 소신이나 책임성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다그쳤다.

반복되는 예산 증감 문제는 집행부가 예산 삭감이나 증액에 앞서 의회와의 사전 협의나 절충이 없었다는 점이다. 집행부의 필요에 따라서 예산을 올리거나 줄이는 고무줄 증액은 스스로 신뢰성을 갂아내릴 뿐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도의회 관계자는 “이번 추경안을 보면 예술단체나 문화단체 등에 편성된 도 문화정책과 예산이 대부분 삭감됐는데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예산을 잡은 것이 문제였다”면서 “매해 비슷한 사업으로 예산이 지출되는데 이에 따른 성과평가나 사후정산을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해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제’를 강화하는 등 예산의 효율적 편성과 사용에 대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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