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교육] <1> 성교육 ⑤미혼모들의 이야기

따갑고 불편한 시선···학교에선 ‘나가라’
경제적 어려움 등 ‘엄마’ 포기···사회적 관심 필요

[글 싣는 순서]
<1>성교육
①성교육 적정기
②우리 아이 성고민
③이성교제
④순결VS자기결정권
⑤미혼모들의 이야기
⑥성폭력
⑦[현장]성교육
⑧성교육 어떻게

[전문]고등학교 2학년인 수정이가 재미유학생 오빠와 하룻밤을 보낸뒤 원치않는 임신을 한다. 불러오는 배 때문에 고민하던 수정이는 가출 후 곳곳을 떠돌며 어렵게 살아가지만 주위 시선은 마냥 따갑기만 한다. 서해안의 한 외딴 바닷가 섬에서 출산을 한 수정이. 딸아이와 함께 바닷가 작은 마을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미혼모의 삶을 그린 뮤지컬 ‘민들레를 사랑한 리틀맘 수정이’ 이야기다. 비단 뮤지컬 속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주변 어딘가엔 ‘수정’이와 같은 힘든 ‘선택’을 한 이들이 있다.

▲ 뮤지컬 민들레를 사랑한 리틀맘 수정이 뉴시스
△원치않은 임신···‘어린 엄마’라는 굴레
2년전 겨울 A씨(19)는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았다. 임신 3개월째였다. 그럴리가 없었다. 분명 생리도 했고, (남자친구가)콘돔도 사용했다. 그러나 임신이었다. 의사는 생리가 아니라 그냥 피가 조금 나온 것이었을 거라는 얘기를 했다. 콘돔을 사용해도 (콘돔에) 구멍이 나면 임신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머리가 울렸다. A씨는 그해 사귀던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갖고 임신을 했다.

아이를 지워야 할까.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주변에 들키는 것이 두려워 임신 사실을 숨겼다. 불러오는 배를 옷으로 가리며 생활했다. 하지만 더는 숨길수도 없는 일. 이혼한 부모님 대신 A씨를 키워주신 할머니께 사실을 알렸다. A씨의 뱃속에서 점점 자라는 아이. A씨는 결국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학교가 문제였다. 학교에서 임신사실을 알게 되면서 ‘퇴학’ 위기에 놓였다. A씨는 학생이 임신을 하면 학교에서 퇴학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A씨는 결국 학교 다니기를 포기했다. 온갖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삶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A씨는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세상에 홀로 설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검정고시다. A씨는 요즘 검정고시 준비에 한창이다. “딸 소영(가명)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거에요. 시험에 합격해서 멋진 엄마가 될거고,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일할 생각이에요"

당찬 홀로서기를 준비중인 리틀맘 A씨. 하지만 A씨와 달리 청소년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학생인데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 출산 뒤 입양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4월 출산한 B씨(19)는 아들 재민(가명)이와의 이별을 준비중이다. 재민이를 입양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직접 키우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B씨 역시 원치 않는 임신이었다. 하지만 ‘내 아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엄마는 엄마”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미혼모들은 생각지도 못한 임신이었지만 뱃속 아기와 힘든 과정을 함께 하며 모성애가 싹튼다고 한다.

B씨는 “미혼모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감수하고서라도 키우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B씨도 잘 알고 있다. 어린 나이,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어떤 건지. B씨는 두렵고,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이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까
A씨와 B씨는 “알았다면”이란 말을 거듭했다. 무엇을 알았다면이란 걸까. A씨와 B씨는 “(피치 못한)성관계시 대처 방안을 알았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란 말을 했다. 둘다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비난하기 이전에 이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미혼모시설 입소자를 위한 성건강 교육 프로그램 개발’보고서를 보면 시설입소 미혼모들은 성관계 동기 1순위로  ‘서로 좋아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어 ‘남자친구의 성관계 제안을 거절하기가 어려워서’가 2위,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서’ ‘분위기에 끌려서’ ‘어쩌다보니’ 등을 이유로 성관계가 이뤄진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개 피임에 대한 지식은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임신 등 성관계의 결과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성교제와 그에 따른 성관계 등 여러 가지 성 문제를 경험하는 10대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교에서는 좀 더 일상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에 대해서도 각종 청소년 단체 등을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성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관심과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체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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