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태일 /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 김태일

지난해 3월 11일 동일본지역에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도시의 구조물들이 파괴됐고 그로 인해 도시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언론을 통해 생생하게 소개됐던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자연재해의 거대한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를 새삼 실감하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특히 인간들이 구축해 왔던 축조기술의 산물인 건축물들이 힘없이 붕괴되는 모습은 인간의 나약함과 아울러 생존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후 1년이 지났고 피해지역에서 복구활동과 시민들의 눈물겨운 복구의지와 노력은 광주비엔날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건축전」이 재제주일본영사관에 의해 제주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단순히 일본건축가들의 재해복구 활동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재해에 대한 전문가적 해석을 바탕으로 건축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다양한 생각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피해지역에서의 피해원인분석과 적용 가능한 기술적 적용, 그리고 예방적 방재복구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생활방식이 다르고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복구의 접근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답답할 정도로 더딘 복구작업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이고 세심하게 대응하려는 태도는 배워야 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특히 건축가들의 재해대응방안 제시는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과 재해대응에서의 건축의 중요성을 단적(端的)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의 대지진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제주의 경우도 2007년 태풍 나리에 의해 상당한 재해를 경험한 바 있다. 행정당국도 하천감시시스템을 강화하고 저류지를 건설하는 등 적극적인 대비노력도 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제주도의 재해대응방안의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기본적으로 재해발생 현상에 대응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범람했던 하천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된 시스템이 큰 위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또한 저류지의 위치와 형태 등을 고려한다면 태풍 나리의 위력을 초과하는 태풍이 다가왔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검증돼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중산간지역의 개발 억제를 통한 지하수 함량보강, 새로운 제주형 하천정비수법 도입, 하천 하류지역에 집중돼 있는 복개구조물의 철거, 그리고 도시내 하천주변의 녹지공간화와 공원기능의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하는 예방적 방재계획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생태계와 경관보전이라는 측면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제주도 도시방재행정에는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조직의 생산적인 활동도 없을뿐만 아니라 과거 발생했던 재해관련 데이터의 분석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정책능력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재해발생과 원인분석 전문가의 부족, 잦은 행정조직의 개편과 인사이동으로 인해 방재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의 위상과 담당인력도 적절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거대한 자연의 위력에 불가항력적이라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지혜롭게 피해갈 수 있는 대응방안을 사전에 대비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건축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도시건축분야에서의 접근과 대응이 상당히 중요하며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데이터분석 결과를 토대로 도시건축분야 측면에서의 방재계획수립과 이를 위한 전문가 육성, 그리고 관련부서 추진사업에 반영되도록 소통하는 행정으로 변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