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봉수 /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 강봉수

제주의 두 교육단체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강제하는 교육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7일자로 예고된 시행령의 핵심내용은 학급당 학생 수를 최소 20명으로 하고, 초등의 경우 학년별 1학급을 원칙으로 6학급, 중등의 경우 수업시수 등을 고려하여 중학교 6학급, 고등학교 9학급을 최소 적정규모 학급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 수가 부족해 적정규모의 학년별 학급편성이 어려운 초등과 중학교의 경우에는 학생의 보호자가 학교를 선택해 인근학교로 자유롭게 전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과부의 가이드라인에 제주의 두 교육단체인 전교조제주지부와 제주교총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우선, 통합구역 및 중학구에 관한 업무는 교육감의 고유 관장사무인데 이에 대해 교과부가 시행령으로 규제하려는 처사는 명백히 지방교육자치를 침해하는 일이고, 둘째,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으로 정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발상이라는 것이며, 셋째, 이러한 교과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를 때 제주의 농어촌에 소재한 많은 소규모 학교가 통폐합 대상이 돼 그에 따른 지역 간 갈등과 마을공동화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두 단체는 지적했다. 모두 옳은 지적이라 생각한다.

제주에서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로 교육청과 해당 학교 마을 사이에 갈등이 있어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교육청은 2012~2016년 소규모 학교의 적정 규모화 육성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3년에는 풍천·수산·가파 등의 3학교가 분교장 개편 혹은 인근 학교로 통합된다. 이어 2014년에는 서귀포 온평초등학교가, 2015년에는 제주시 한동초와 송당초, 서귀포시 가마초 3곳이 통폐합 대상으로 돼 있다. 그리고 2016년에는 학생 수 60명 이하인 본교 8곳과 20명 이하인 분교장 2곳이 관리대상학교로 설정됐다. 이미 사정이 이러할진대, 교과부의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두 교육단체의 우려처럼 제주에서 통폐합 대상이 될 학교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교총연은, 교과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경우, 제주도내 통폐합 대상 학교는 초등의 경우 전체 110개교 중 43%인 47개교, 중등의 경우 전체 43개교 중 21%인 9개교가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사실과 다르다며, 교과부의 시행령에 따르더라도 실제 통폐합 대상학교는 초등학교 3개교와 4개 분교장, 5개 중학교만 해당되며, 5개 중학교도 모두 통합운영학교로 운영되고 있어 통폐합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반박했다. 솔직히 나는 어느 측 주장이 맞는지 모르겠다. 교육과정의 운영상 불가피하게 통폐합을 고려해야 할 경우가 전혀 없진 않겠지만, 근본적인 의문은 왜 학교를 살리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적 고려를 하지 않는가 하는 점에 있다.

전체 학생 수가 가파르게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도시권 학교는 과밀학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농어촌 지역 학교의 학생 수만 더욱 줄고 있다. 도농 간에 학력격차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사교육 환경도 도농 간에 차이가 크다. 아이들 둔 부모라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대체 이 나라 교과부와 도교육청은 농어촌 지역 학생 수가 급감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안을 찾아 학교 살리기 정책을 도모하려 하지 않는 것인가. 나는 제주의 몇몇 농어촌 지역 학교에서 교장, 교사와 마을주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학교를 살려내는 사례를 지켜봤다. 더 이상 그들에게만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 도교육청과 지역사회가 같이 고민해 나가야 한다.

농어촌지역 학교를 살리기 위한 정책은 무엇보다 경쟁만능의 교육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일제고사식 제학력갖추기 시험을 없애고, 치열한 고입경쟁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어떠한 처방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여긴다. 규모가 작은 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작은 학교일수록 교사들은 행정업무에 더욱 시달린다. 행정인력을 배치해 교사들의 잡무를 줄여주고, 질 좋은 교육과정의 운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지역의 인재를 활용한 다양한 방과 후 교육프로그램 운영에도 특별한 행·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도시권의 어느 학교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과 질 높은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농어촌 학교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편의적인 학교통폐합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