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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의 조건 ; 중소·중견 기업의 육성[칼럼] 현창희 / ETRI 사업화본부장
▲ 현창희

일본 동해대학(東海大學)의 교수 사세휘(謝世輝) 박사는 1986년 저술한 한 책에서 ‘세계 정치경제사의 100년 주기설’을 주장한다. 이 이론은 각 세기의 80년대에 격동이 시작돼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하고, 이후 90년대 말에 기존 지배세력의 실력을 능가하며, 다음 세기의 10년대에 큰 동란을 겪은 뒤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이 1780년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존 경쟁자였던 프랑스를 능가했고, 이후 1810년대에 빈강화조약으로 프랑스의 쇠퇴와 영국의 융성을 지속하는 팍스 브리태니커(Pax Britanica) 시대를 열었다는데서 증명된다. 이후 20세기에 들어서는 1880년대에 미국과 독일이 새로운 라이벌로 부상했으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독일이 경쟁에서 탈락하는 한편 미국은 1890년대 말 공업생산력에서 영국과 독일을 추월했고, 1910년대 1차 대전 이후 세계 리더로 부상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시대를 열었다는데서 증명된다. 1960년대 이후 소련이 유력한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한 바 있으나 군비경쟁으로 인한 경제력의 열세로 리더 경쟁에서 탈락한 바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2차대전 이후 경제재건에 역량을 집중한 일본은 1970년대에 철강산업을 필두로 전자산업 등의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성과를 보인바 있으며,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사세휘 박사는 일본이 경제력을 크게 확장시키던 시점에서 일본이 한국에게 추월당할 것이며, 그 시점은 바로 2010년이 될 것이라 예언한다. 또한, 2010년에 미국에 이어 부상할 새로운 리더는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단일 국가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 집단이라 예고한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친디아 등 세계 경제무대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역량이 급성장한 것을 보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혜안의 정확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해가 2010년이 될 것이라는 예언은 그동안 세계 전자기기산업의 대표 브랜드였던 소니가 삼성전자에게 추월당하였다는 점, 우리의 조선·철강·자동차 등 산업분야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과 중국이 이들 분야에서 거세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집단적 리더들의 부상이라는 점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100년을 축으로 점진적으로 변화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형성에 대한 예견은 우리들이 미래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사세휘 박사는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하지 않은 채 2010년대에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점 등을 정리 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향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건으로 고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높은 생산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중소기업의 육성, 기초연구의 충실 및 과학기술인재 양성, 부품소재 및 완성품을 연결하는 산업기반의 구축 등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다. 사실 위에 제시된 세 가지 사항들은 그동안 정부가 과학기술혁신의 추구와 기술 및 산업 입국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온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노력 대비 성과가 다소 미약한 부분이다. 특히, 그동안 재벌그룹들이 특정의 분야에서 응용 및 생산 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해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이뤄 온 우리의 경제성장 방식이 직면하고 있는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도 앞에 제시된 약점들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 중에서도 고도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중소기업의 존재는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의 확보와 국내 기술력에 기반해 자체적으로 산업 전반의 계열화를 달성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돼야 할 과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사료된다.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지원정책이 시행됐고, 시행되고 있지만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육성은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화(和)를 중시하는 일본인보다 창의적이고 강인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인들이 오히려 소수 정예로 승부하는 중소기업 분야에서 열세에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접근방법의 문제가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정부의 적극적 중소기업 육성의지와 함께 최근 일부 대기업들 중심으로 부품소재 경쟁력이 확보되지 못하면 완성품 경쟁력도 상실된다는 공멸(共滅) 의식으로 공생(共生)을 위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대안적 접근법이라고 사료된다.

27년전 사세휘 박사는 ‘현재의 연장선 상에서 미래를 논하지 말라’라는 표현으로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약진할 것임을 예언했다. 성장과 침체의 변곡점에선 우리 경제가 미래 성장을 유지하는 관건은 건실한 중소기업의 중견기업화라는 인식하에 정부와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을 위해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ETRI 사업화본부장〉

현창희  chhyun@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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