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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법[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 편집국장
▲ 오석준

지난 1일 저녁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 1만4000석 규모의 노천극장이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의 무료강연을 듣기 위해 학생·주부·직장인 등 수많은 인파가 몰려 연세대 정문부터 노천극장까지 1㎞가량 줄을 서는 등 북새통이 벌어진 것이지요.

샌델 교수는 최근 출간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저서의 출판 기념행사를 위해 방한했답니다. 출판사에서 무료 입장권을 나눠줬지만 신청자가 폭주해 인터넷에서 암표가 3만~4만원에 거래됐다고 하지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강연을 ‘돈으로 사는’ 해프닝이 일어난 셈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샌델 교수가 15년간 시장의 도덕적 한계와 시장주의의 맹점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한 내용이 담긴 역작으로, 올해 봄학기부터 ‘시장과 도덕(Market & Morals)’이라는 이름으로 강의가 개설돼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시장가치가 교육·환경·가족·정치 등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살수 있는 이 시대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과연 시장은 언제나 옳으냐고 말입니다.

샐덴은 시장경제가 재화를 분배하고 부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을 조정하는 효과적인 도구로서 전세계에 많은 번영과 부를 가져왔다면, 시장사회는 거의 모든 것이 거래대상이 되면서 돈과 시장의 가치가 삶의 모든 부문과 방식을 규정짓는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돈과 시장의 가치가 교육·의료접근권, 시민권 같은 영역에서 보호돼야 할 더 중요한 가치를 훼손하거나 밀어낼수 있다는 것이지요. 해서 그는 시장이 도덕성을 회복해야 하고, 도덕적인 가치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함을 역설합니다.

그의 강연 주제도 ‘시장경제체제에서 시장사회로 변하면서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물음’이었습니다. 강연의 핵심은 ‘공공의 이익 혹은 공공재라는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기여에 기반을 둔 것으로 금전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정체성, 시민으로서의 의무 등은 시장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될수 없다’는 것으로 정리됩니다.

더불어 그는 함께 사는 법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돈으로 살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민주주의에 대한 패배감도 짙어지고 있다. 여러 다양한 사회계층의 사람들이 서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만 시장사회의 위험에서 우리를 지킬수 있다’고 말입니다.

대학등록금과 중소·영세기업 문제에 대한 그의 시각은 갈수록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자 함께 살기 위한 처방이기도 합니다. “기여입학제 같은 제도로 가난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보다는 좀더 많은 장학금과 학자금을 지급해야 하고, 이런 책임은 정부와 대학이 공유해야 한다. 고등교육은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공재가 돼야 한다” 그리고 “대형마트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최저가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의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중소기업과 지역사회의 작은 가게들이 번성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기본 조건은 공공의 선에 대한 합의와 유지가 아닌가 합니다. 공공의 선은 나라마다, 사회마다 역사적 배경이나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를수 밖에 없지요. 문제는 공공의 선이 부와 권력을 가진 극소수 특정인들에 의해 재단되고, 인간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최소한의 가치조차 외면당하는데 있는 게 아닌지요.

샐덴은 “공공의 선이나 공익에 대한 다양한 이견이나 생각이 공적 토론의 중심에 있느냐를 살펴보면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번영하고 있는 지를 측정할수 있다”며 “많은 나라에서 공적 토론이 정치인들의 권력다툼이나 이익단체들의 이익추구의 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공적 토론의 장 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한채 권력과 부의 독점, 공정한 사회 정의의 실종, 사회양극화 등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고요.

민간인 사찰이라는 중대한 권력범죄가 ‘꼬리 자르기’로 사실상 유아무야되고, 국가안보 프레임에 갖혀 평화와 인권, 환경과 생명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들이 무시되고, 군의 몸집불리기와 군산토복합체(military-industrial-constructive complex)의 이익 추구를 위해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며 강행되는 해군기지가 그러합니다. 도지사를 정점으로 한 지방권력과 이에 기생하는 토착세력들이 판을 치는 제주사회도 크게 다를바 없지요. 이제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준비를 위한 공적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석준  sjoh@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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