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 법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4·3에 대한 명확한 성격이 명시되지 않다보니 희생자·유족에 대한 배·보상과 국가추념일 제정 등 중요한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지난 1999년 12월 4·3특별법 제정당시 극우보수세력의 강력한 반발로 법 제정 자체가 시급하다보니 핵심적인 사안들이 빠질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 작용했다. 때문에 희생자·유족에 대한 배·보상도 개별적이 아닌 명예회복·위령사업 등 공동체적 성격으로 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름없는’ 4·3의 한계
지난 2003년 10월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4·3이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공식적으로 규명되면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를 대신해 제주도민들에게 공식사과했고, 2006년 12월에는 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사망자·행방불명자·후유장애자로 돼있던 4·3 희생자 범위를 수형자까지, 유족의 범위를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 4촌이내의 혈족으로 확대하는 한편 희생자 유해발굴, 4·3평화인권재단 설립 및 설립기금 정부 출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함께 4·3평화재단이 추가 진상조사를 할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희생자·의료지원금 결정 재심의 조항도 넣는 등 보완작업이 이뤄졌지만 4·3의 성격이 명확히 명문화되지 않는 등 여전히 근본적인 한계가 남아 있다. 여기에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4·3특별법 개악과 4·3위원회 폐지 시도, 극우보수세력의 헌법소원·행정소송 등 끊임없는 ‘역사반란’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추가 진상규명과 국가추념일 제정 등 4·3 진상조사위원회가 제시한 후속과제들의 실행이 지지부진해졌고, 4·3평화재단에 대한 정부 출연금 지원 약속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후유장애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극히 제한적으로 국비지원 없이 지방비로 충당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극우보수세력들이 제기한 헌법소원·행정소송 등 6건의 4·3 소송에 대해 대법원에서 모두 기각 확정판결이 내려져 더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님이 확인됐다. 따라서 이번 4·3특별법 개정작업은 기존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미진한 부분들을 보완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것으로 본다.

명확한 성격규정부터
지난달 31일 열린 ‘4·3특별법의 문제점 및 개정 방향 토론회’에서 제기됐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4·3의 성격을 명확하게 법에 담아내는 것이다. 현행법은 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를 근거로 4·3을 국가공권력의 잘못에 의해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당했음을 명확히 적시하고, 공동체적 보상의 한계를 넘어 희생자·유족들에 대한 배·보상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라고 본다. 4·3평화재단 주체로 이뤄지는 추가 진상조사작업 결과물에 대한 4·3위원회 의결 등 법적효력 확보를 위한 내용을 담는 것도 4·3 정명(正名)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4·3 국가추모일 제정과 함께 각종 위령·교육사업과 유적 복원·정비작업 등을 위한 4·3평화재단 정부 기금 출연 의무화, 지난 2007년이후 중단된 희생자·유족 추가신고 조항도 절실하다. 후유장애자에 대한 생활지원금·의료비 국가 지원 명문화와 유족을 포함하는 등 지급대상 현실화, 수형인 명예회복 처분조항 신설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

4·3특별법의 화해와 상생의 정신은 명확한 진실규명과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 희생자·유족에 대한 정당한 배·보상 등이 이뤄지고, 이땅에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게 역사의 교훈으로 살아 숨쉬게 하자는 것이다. 제주가 꿈꾸는 세계평화의 섬의 토대도 화해와 상생의 정신이라는 측면에서 4·3특별법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것은 단지 제주도만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과제임을 강조한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