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문권 / 천주교 제주교구 신부

▲ 현문권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우근민 후보는 유효투표수 27만6021표 중 41.4%인 11만588표를 얻어 당선됐다. 2위인 현명관 후보는 40.55%인 10만8336표, 3위인 민주당 고희범 후보는 18.03%인 4만8179표를 얻었다. 우 후보는 2위와는 단 ‘1%’(2252표) 차이로 도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도지사 후보들의 대표적인 공약은 비슷했지만, 중요한 차이는 제주지역사회의 현안인 강정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었다. 당시 현명관 후보는 어차피 추진할 국책사업이라면 늦출 필요가 없으며, 지역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낙선했다. 반면 고희범, 우근민 후보는 줄곧 해군기지 논의를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특히 당시 우근민 후보는 해군기지 건설 찬반이 아닌 제3의 위대한 윈윈해법이 있음을 암시했고, 그렇게 기적적으로 도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전임 도지사가 도민사회에 설거지 거리를 많이 남겼다. 영리병원·카지노·케이블카·FTA 대책 그리고 해군기지 갈등까지.

우근민 도지사는 취임 후 찬반이 아닌 ‘윈윈 해법’으로 제주 해군기지가 아니라 확실한 민군복합형 관광 미항 건설을 통해 1조원대의 국비 예산을 확보해 명실상부한 국책 사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다. 강정마을주민과 제주도민과 국민들이 염원한 것은 국책사업이라 하더라도 주민동의 절차가 없이는 안된다는 통큰 도지사의 모습이었고, 해군은 민군복합항이 아니라 이중협약서를 작성하면서라도 해군만을 위한 기지를 원했다.

사실, 해군기지 문제의 발단은 김태환 전 도지사다. 해군은 이미 2002년 해군기지의 최적지로 ‘화순항’을 선정했으나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게 되자, 2005년 9월경 해군기지 사업대상 지역을 기존의 화순에서 ‘위미’로 변경해 추진했지만 이 역시 위미리 주민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후보지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 3일전 급하게 강정마을을 대상지로 급히 포함시켰고, 여론조사 또한 졸속으로 진행해 해군기지 건설 갈등을 초래했다. 이로인해 우근민 도지사 또한 자신의 정책보다는 전임 도정이 남겨놓은 문제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4·11 국회의원 총선과 오는 12월 대선의 현안이자 6년째 접어든 해군기지 문제는, 도지사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도지사는 5월 23일 JTBC와의 대담에서 “(공사정지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는) 불법성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되는데 청문 결과를 보면 아직 뚜렷한 요건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공사중지 명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해군은 구럼비 해안 발파를 끝내고, 26일에는 해상에 제주해군기지 제1공구의 케이슨 임시투하 작업를 재개했다. 해군기지 공사중지 문제는 제주지역만 아니라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사안임을 감안한다면 종편에서 인터뷰하면서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심정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공사중지는 전임 도정이 당시 한나라당이 절대보존지역 해제 날치기 통과와, 문화재청과 환경부의 졸속심사 전에 해야만 했던 일이 아닌가. 하지만 이 인터뷰는 다시금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박탈감을 주는 것이었다. 이제 공사중지 명령이 문제가 아니라 도지사 퇴진까지 주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근민 지사는 선거기간은 물론 당선 직후에도 “4년 후는 없다”고 했다.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 도지사로서 제주도를 위한 정치를 하고자 천명했다. 또한 우근민 지사가 이미 후보 당시 공약을 통해 일방적인 해군기지 공사착공 중단을 누차 강조했다. 현재 해군기지 공사가 제주도정의 결정과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총리실은 국토해양부와 국방부를 앞세워 도지사의 공사중지 명령은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우근민 지사는 합리적 해결방안 마련을 공언해온 마당에 정부와 해군측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아니라 해군기지이며, 이 군사기지에 대한 공사강행 의사는 도지사 반대에도 분명히 할 것임을 천명했다.

제주도민이 관선과 민선을 합쳐 5선 ‘관록’의 우 지사에게 거는 기대는 무엇일까? 제주도민은 최소한 민의를 위해서라면 중앙정부 눈치안보는 배짱과 자존심 있는 도지사를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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