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개원 60주년을 맞았다. 6·25전쟁중이던 지난 1952년 문을 열었으나 1961년 5·16쿠데타로 해산됐다가 1991년 30년만에 부활된 이후 벌써 21년이 흘렀다.

30년간의 지방자치 공백기는 ‘중앙집권적 관치시대’ 였다. 관선 도지사들은 정부의 눈치보기에 바빴고, 도민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오로지 정부의 논리에 의해 모든 것이 재단되고,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삶의 터전을 뺏겨야 했던 도민들도 적지 않았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은 도민들의 목소리를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는 등 관치행정의 틀을 바꾸고 보다 발전적인 제주의 미래를 모색하는 전환점이 됐다고 본다. 특히 반세기 넘게 이데올로기의 덫에 갖혀 말조차 꺼내기 힘들었던 4·3이 특별법이 제정되고 정부차원의 진상조사와 국가공권력의 잘못에 대한 공식사과, 위령사업 등이 이뤄지는 등 제자리를 찾는데도 도의회 4·3특별위원회가 큰 역할을 했음은 의정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그러나 도민의 전당을 자처하는 도의회가 집행부 견제와 감시, 도민들의 의견 수렴과 복리증진 등을 위한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에 대한 도민들이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건설적인 대안과 지속가능한 제주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갈등현안들을 조정하고 지역사회 화합을 도모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엔 도의회에 부여된 권한과 기능 등 제도적인 한계가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2006년 4개 자치시·군이 2개 행정시로 통합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도지사에게 ‘제왕적인’ 권한이 주어진 반면 도의회의 권한과 기능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점도 그러하다.

오충진 도의회 의장이 개원 60주년 기념사를 통해 밝혔듯이 제주도와 도의회가 해야 할 일은 많고 갈길도 멀다. 중앙집권적 체제가 여전하고, 행·재정적 지방분권이 미흡한데다 열악한 지방재정과 개방화·무한경쟁속에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인한 위기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면 최대현안인 해군기지 문제 해결과 제주신공항 건설, 한미FTA 발효와 한중FTA 협상 착수 등에 따른 1차산업 위기 타개책도 집행부 못지않게 도의회가 고민하고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다.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부결사태에서 드러난 도의회 내부 불협화음과 지역 토착세력과의 연계나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치우친 의안처리 등의 행태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 도민 모두가 고루 잘사는 제주공동체 건설을 위한 매진이 개원 60주년을 맞는 도의회에 주어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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