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우근민 도지사는 무슨 심산인지 알 수가 없다. 강정 해군기지 15만t급 크루즈 입출항 시뮬레이션 검증이 무산된 마당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리지 않고 이제와서 자체용역을 통한 검증을 검토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종교계·평화활동가들을 비롯한 전국 각계의 국민들은 물론 제주지역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과 제주도의회도 공사중지명령을 ‘합창’하고 있는데 귀를 닫고 ‘마이 웨이’를 고집하는 우 지사의 행보는 전임 김태환지사와 한치도 다를 바 없다. 무슨 말못할 사연이 있길래 정부·해군에 질질 끌려다니는지 차라리 도민들에게 속시원하게 털어놓기라도 하면 답답하지라도 않을 것이다.

무산된 ‘윈 윈’ 실종된 신뢰성
지난 2010년 지방선거때 주민들편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우 지사는 당선이후 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을 통한 지역발전과 국가안보 충족이라는 ‘윈 윈’해법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실질적인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될수 있는지 잣대가 될 15만t급 크루즈선의 안전한 입출항은 지난 16일 예정됐던 국방부 시뮬레이션 재현 검증 무산으로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판명나고 있다.

이는 제주도가 남방파제에 15만t 크루즈선을 접안하고, 다른 크루즈선이 서방파제에 입항할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요구한 3가지 케이스의 재현을 국무총리실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도가 요구한 3가지 케이스는 가장 어려운 환경조건에서 15만t급 크루즈선이 안전하게 입출항할수 있어야 안전성을 담보할수 있게 되는 만큼 필수적인 것이다.

국무총리실이 이를 거부하고 국방부가 지난해 11월 12~12월 2일에 걸쳐 단독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적용된 2가지 케이스의 시뮬레이션 재현만을 고집한 것은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의 안정성에 자신이 없다는 얘기다. 국방부 단독 시뮬레이션은 제주도의회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소위원회 등을 통해 15만t급 크루즈선 2척 동시 접안은 고사하고 대형군함도 입출항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자 소리소문없이 실시한 것이다.

더욱이 일부 항만구조물 재배치, 설계풍속·횡풍압면적 변경적용 등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가 검토결과에서 제시한 조건들을 두달전에 ‘귀신같이’ 알아맞춰 시행한데다, 15만t 크루즈선과 관련없는 다른 선박을 적용하는 등 공정성과 신뢰성이 눈꼽만큼도 없다. 더욱 기가막힌 것은 도의 요구를 거부해 시뮬레이션 검증이 무산된후에 ‘도가 요구한 3가지 케이스를 검증해보니 크루즈선 입출항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국방부의 수준이다.

강정마을회가 문제를 제기했듯이, 항만법과 관련규정에 따라 각종 포탄과 미사일 등을 싣고 다니는 위험물전용적재선박인 군함의 특수성을 배려한 기술기준에 의해 해군기지 설계가 이뤄졌는지, 군함 박지·선류장과 크루즈선 박지·선류장간 충분한 거리가 확보됐는지 의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체용역을 통한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 안전성 검증을 들고나온 우 지사의 행보는 막무가내로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정부·해군에 시간을 벌어주겠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해법은 공사중지명령
거듭 강조하지만, 현시점에서 유일한 해법은 도가 해군기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청문을 통해 공사중지명령의 당위성과 근거는 충분히 확보됐고 크루즈선 입출항 안전성 검증이 무산된데다, 학계의 토론회에선 도지사의 공사중지명령을 국토해양부 장관이 직권으로 취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론도 도출됐다.

우 지사가 말하는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 안전성 검증과 국회 해군기지 소위에서 권고한 시설변경에 따른 설계 변경 등도 공사중단이 이뤄져야 실효성을 확보할수 있다. 더불어 불확실한 국가안보 문제를 내세워 강행되는 해군기지가 미래에 미칠 악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 등 동아시아 패권놀음에 편승해 신냉전의 화약고가 될 대규모 해군기지가 아니라, 화순항에 건설되고 제주항에 확장되는 해경전용부두를 해군 기항지로 활용해 유사시 안보문제에 대비하는 건설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담판을 벌여야 한다. 이는 64년전 수만명의 무고한 도민들이 목숨을 앗아간 4·3의 근원인 국가안보의 망령을 걷어내고 제주를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으로 가꾸는 선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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