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한라산 생태계도 위협받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한라산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식물 종들의 분포범위가 축소되거나 소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상징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한라산은 아열대에서 아한대까지 기온상승으로 인한 식생의 이동을 한눈에 볼수 있는 기후변화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라산 식생 변화 추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매우 걱정스럽다. 한라산의 대표적 수종인 구상나무를 비롯한 고산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라산 저지대에 군락을 이루었던 조릿대 세력이 고지대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 1차적인 요인이다. 조릿대 세력이 북상하면서 어린 구상나무가 줄어들고 전체 면적도 감소하는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속적인 기온상승도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해발 1400m지대의 구상나무림을 비롯한 한대북부 침엽수림대가 해발 1700m이상 지대로 이동하게 되면서 이 지역의 아고산대성 북방계 식물은 멸종하고 구상나무도 정상부근에 점상형태로 남아 희귀식물이 된다는 진단이다.

생태계와 식물 종의 보존은 한라산의 가치를 유지함과 동시에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요인들을 극복할수 있느냐에 대한 가늠자가 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라는 대자연의 흐름을 원천적으로 막을수는 없겠지만, 종의 보존과 적응 능력 배양 등을 통해 변화를 최소화 하는 것은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이날 심포지엄에서 제시된 대응책들을 면밀히 검토해서 실행에 옮겨야 할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한라산 식생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수 있는 모델링 작업이 시급한다고 본다.

한라산의 기존 식생구조와 천이(遷移) 등과 더불어 구상나무림과 특수수종에 의해 형성된 군락 등의 생육상황과 환경과의 관계 등을 종합한 연구를 통해 장기적인 변화를 정확히 예측해 내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유전적 다양성을 최대한 확보할수 있도록 대규모로 증식하는 등 구상나무를 비롯한 멸종위기 식물 종 보존과 적응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한라산의 가치를 유지·보전해 나가야 할것이다.

이는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의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도 관건이 됨은 물론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한라산의 사례를 통한 국가차원의 전략 수립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기후변화 대응전략 수립·시행이 단지 제주도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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