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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문화잔치 끝난 마을, 이제는 우리가”[이 마을에 일이 벌어지고 있다] 10. 서귀포 월평마을
전국 대표 백합마을서
올레 7·8코스의 쉼 여울목
홍보관 ‘돌벵듸’ 예비 사회적기업 육성 박차

▲ 얼마전까지만해도 70~80농가가 화훼를 하고 20여농가가 한라봉을 키우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한라봉 농가가 화훼농가수를 대체했다. 문정임 기자

[제주도민일보 문정임 기자] 매년 5월이면 개화와 함께 덩달아 바빠지는 마을이 있다. 전국 백합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는 서귀 포 월평마을이다. 1980년대 정부의 적극적인 화훼농업 육성과 더불어 전국을 대표하는 꽃마을로 성장한 지역이다.

월평마을은 지난 2004년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정보화 마을’에 선정되며 2006년부터 백합꽃꺾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예약을 하면 백합하우스에서 누구나 꽃꺾기를 체험할 수 있다. 꽃집 진열대에 놓인 백합을 보는 것과 향기 가득한 하우스에 들어서는 것은 단순하지만 큰 차이다.

지난 19일 월평마을을 찾았을 때, 오경식 마을회장네 농장에서 백합따기 행사가 막 마무리된 찰나였다. 이날 방문한 가족은 7명. 1인당 6000원씩을 내 백합향기를 가득 맡고 돌아갔다. 꽃 생태를 듣고 자르는 법을 익히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는 백합 한다발을 훈장처럼 안고 간다. 마을회관에서 백합을 이용해 나무목걸이 만드는 재미는 특히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 오경식 마을회장. 문정임 기자
일하는 틈틈이 손님을 맞는 번거러움에 비하면 체험 수익은 적다. 하지만 월평을 알리는 일이라는 생각에 사명감이 앞선다. 이런 노력으로 월평마을은 최근 행정안전부 정보화마을 운영평가에서 ‘선도마을’로 선정, 연말 정부포상을 받게 됐다.

전자상거래 매출이 2009년 1억8000만원에서 2010년 2억4000만원, 2011년 2억9000만원으로 매년 20%이상 늘었고 꽃꺽기 체험과 월평이야기탐방길 조성 등 체험상품을 통한 마을홍보 노력이 컸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 월평마을 자치방송국 ‘돌벵듸’를 오픈하는 등 문화콘텐츠와 연계한 정보화마을 운영 활성화를 이뤄내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됐다.

사실, 자치방송국이나 탐방길 조성 등은 지난 2009년부터 문화도시공동체쿠키(대표 이승택)가 문화관광체육부의 지원을 받아 이 마을에서 추진한 문화사업의 일환이다. 문화 근접의 기회가 적은 주민들에게 직접 체험을 통해 삶의 즐거움을 깨우치고, 마을내 문화자원을 개발해 향후 자치적으로 자원화할 수 있는 터전을 닦아주긴 위한 취지였다. 3년간 실험이 있었고 문화팀은 마을을 떠났지만 그 자리를 주민들이 그대로 채워나가고 있다.

주민들은 이야기길 발굴을 통해 늘상 봐오던 마을 기정(절벽)이 관광자원이 될 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화와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직접 목도했다. 소설가 김국희씨가 진행하던 라디오는 주 1회 주민들이 직접 DJ가 돼 자리를 메웠다. 주민들로 구성된 밴드 ‘울림테우리’가 여전히 마을창고에 모여 연습을 이어가고, 한동한 활동이 뜸했던 어린이 풍물팀이 오는 6월2일부터 주 1회 다시 모이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 지어진 홍보관 ‘달벵듸’는 하반기 예비 사회적기업화를 계획하고 있다.

▲ 월평마을은 올해 하반기 홍보관 '돌벵듸'의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계획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문정임 기자
홍보관이 자리한 곳은 제주올레 7코스가 끝나고 8코스가 시작되는 올레꾼들의 여울목. 지금은 주민들이 채취한 건고사리와 한라봉, 타 업체에서 가공한 초콜릿류와 과자류 일부를 팔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백합과 한라봉 등 마을 특산물을 비롯해 여러 농산물을 비치할 예정이다. 여기에 마을 어르신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등의 공익적 조건을 갖추면 예비 사회적기업으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계획이다.

월평마을에는 최근 몇년 큰 변화가 있었다. 3년간 공공문화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올레코스가 마을을 지나며 외부인을 매일 마주하게 됐다. 특히 백합농가가 괄목할만큼 줄었다.

얼마전까지 만해도 70~80농가가 화훼를 하고 20여농가가 한라봉을 키우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한라봉 농가가 기존 화훼농가 수를 대체했다. 수익은 비슷한데 화훼농사가 훨씬 손이 많이 가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물론 덕분에 꽃 값이 다소 좋아지긴 했지만 백합마을의 명성이 멀어질까 영달갑지 만은 않다.

▲ 소설가 김국희씨가 진행하던 라디오는 주 1회 주민들이 직접 DJ가 돼 자리를 메우고 있다. 문정임 기자
오경식 마을회장은 “제대후(1980년께) 처음 농사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바나나 농사와 화훼 농사가 한창 ‘붐’이었다”며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어 마을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지만 또한편 새로운 변화(올레 개장, 문화 실험 등)가 주민들을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정임  mu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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