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늦게나마 해군기지 크루즈선 입출항 시뮬레이션 재현에 불참한 것은 잘한 일이다.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제시한 3가지 시뮬레이션 재현 케이스가 수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하는 것은 들러리를 서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도가 국무총리실에 요구한 시뮬레이션 재현 케이스 3가지는 남방파제에 15만t 크루즈선을 접안하고, 다른 크루즈선이 서방파제에 입항할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가장 어려운 환경조건에서 15만t급 크루즈선이 안전하게 입출항할수 있다면 쉬운 조건의 다른 케이스는 안전성을 담보할수 있게 되는 만큼 도의 요구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국무총리실은 이를 거부하고 국방부가 단독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적용된 2가지 케이스의 시뮬레이션 재현만을 고집, 검증이 무산됐다. 국방부 시뮬레이션 참관은 허용하되 도가 요구하는 다른 상황조건의 시뮬레이션은 할수 없다는 것은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의 안정성에 자신이 없다는 얘기나 다를바 없다.

더욱이 국방부가 단독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은 고마력 예인선 배치와 일부 항만구조물 재배치, 설계풍속·횡풍압면적 변경적용 등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가 검토결과에서 제시한 조건들을 두달전에 ‘귀신같이’ 알아맞춰 시행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 17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선 2009년 1차 시뮬레이션과 지난해 12월~2월 2차 시뮬레이션때 각각 다른 선박을 적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처럼 공정성과 신뢰성이 눈꼽만큼도 없는 시뮬레이션 검증에 불참한 도에 유감을 표명하고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없이 강행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 정부의 수준이다. 크루즈선 입출항의 안전성을 규명하기 위해 도가 요청한 최소한의 조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제주도지방정부와 제주도민·국민들을 무시하는 오만한 정부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근민 도정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공사중지명령 뿐이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조건인 크루즈선 입출항 안전성 검증마저 무산된 마당에 더이상 망서릴 이유가 없다. 도의회 행자위 의원들이 “언제까지 해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질것이냐”며 미적지근한 도의 행태를 질타하고 단호한 결정을 촉구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16일 저녁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요구하는 도민들은 도청앞에 촛불을 밝히고 정부의 불법 행위와 경찰 공권력의 남용으로 인한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책임을 묻기 위한 해군기지 특검제 도입을 촉구했다.

정부가 어떤 압박을 가하든 도민들과 함께 싸우면 된다. 우 지사의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