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1만명에 불과한 부산시 기장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향토사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한다. 서울 중심이 아닌, 지역사를 제대로 정리해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비롯한 주민들의 자부심을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에서다.

310쪽 분량의 「기장 향토사 교과서」는 크게 역사와 문화유산으로 구성됐고, 고리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우려와 과제, 여행객들의 길잡이가 될 ‘테마기행’도 담겨있다. 주목할 부분은 기존 자료를 짜깁기하거나 과도하게 편향된 관점으로 쓰여지는 것을 경계하는 등 객관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다.

기장군은 향토사학자들은 관점이 기울수는 있지만 지역을 잘알고, 제도권 학자들은 사관의 균형은 잘 잡지만 지역사를 세세하게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배려했다. 이에따라 집필은 제도권 학자들에게, 감수는 향토사학자들에게 맡김으로써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할수 있었다고 한다.

시·도단위 광역자치단체도 아니고, 일개 군이 향토사 교과서를 만들어낸 것은 다른 자치단체들은 물론 제주도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것이다. 특히 탐라 1000년의 역사와 한국현대사 최대의 비극인 4·3의 아픔을 간직한 제주도로선 기장군에서 배워야 할게 많다.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바르게 정립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도 그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 제주도와 도교육청을 비롯한 관련기관의 각성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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