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가 당면 중대현안인 행정체제 개편문제에 대해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3가지 개편대안을 마련해 주민설명회와 심층여론조사 등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도의회가 15일 개회된 294회 임시회 의사일정에서 추진상황보고를 제외한 것이다.

행정체제개편 연구용역이 끝나지 않았고 여론조사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다음회기에 보고하겠다는 집행부의 요청이 있었고, 아직 보고를 받을만한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게 도의회의 입장이다. 이는 행정체제 개편의 중대성과 도의회의 역할을 간과하고 ‘밥상을 다 차려놓으면 수저만 들겠다’는 무책임한 행보라고 본다.

도 행개위는 5~6월 두달에 걸쳐 도 전역에서 △행정시장 직선제 △시장 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 등 기초자치단체 부활 △2개 행정시 존치 및 읍·면·동 자치강화 등 3가지 대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연다. 또 6월말에는 심층여론조사를 거쳐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도민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후 8월에 최종안을 도에 넘길 예정이다.

사실상 3가지 행정체제 개편 대안 가운데 한가지로 결정하는 수순만 남겨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도행개위가 제시한 3가지 대안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보지도 않고 집행부에 따라가는 도의회의 모습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기초자치단체 부활 방안은 도지사의 ‘제왕적’ 권한 분산과 기초의회를 통한 자치 강화 등이 장점이지만, 행정의 효율성 등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 취지와 어긋나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명분이 약하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 부활이후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전까지 시·군의회가 도민들에게 보여준 모습도 그리 신통치 못했다. 행정시장 직선안은 주민들의 손으로 뽑는다는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치기 쉽다.

읍·면·동 자치강화안은 2개 행정시를 그대로 두고 읍·면·동을 준자치단체로 전환해 주민참여자치를 확대하자는 것이지만, 읍·면·동의 역할과 기능이 위축되고 행정시장과 읍·면·동장간 충돌로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행정의 효율성과 주민자치 강화라는 특별자치도 취지를 감안, 행정시를 폐지하고 읍·면·동을 광역화하는 한편 도의 권한과 기능을 대폭 이양해 준자치단체화 하는 대안도 모색해야 할것이다.

제주 지방자치 백년대계(百年大計)의 토대가 될 행정체제 개편문제를 도의회가 더이상 남의 일 보듯 방치하는 것은 도민들에게 비난을 받고도 남을 일이다. 최종안이 나온 후에야 ‘감놔라 배놔라’하는 고질적인 행태를 버리고 제주의 미래를 위한 진중하게 고민하고 실천할 것을 도의회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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