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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능력의 확장과 미래 과제[칼럼] 현창희 / ETRI 사업화본부장
▲ 현창희

미래와 사물에 대한 예측의 정확도는 혁신적 기술(예를 들면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기술 등)의 등장으로 크게 향상됐고, 인류는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이러한 예측들은 과거 주로 기상이나 천재지변 등이 대상이었지만, 점차 인간을 대상으로 신체의 특별한 징후(symptom)를 발견하고 이러한 징후들의 진행방향을 예측하여 대처함으로써 인간의 수행능력을 확장하려는 노력들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아일랜드’에서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는 일어나 소변을 보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그 성분을 분석해 신체를 가장 신선하게 유지시키는지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통제를 받으며 생활한다. 인간과 동일한 생활조건의 복제인간을 이용해 질병 치료를 위한 건강한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활동들은 궁극적으로 질병의 치료와 노화방지 등을 통해 인간 능력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현실세계에서도 기계를 이용한 인간 능력의 확장을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97년 시작돼 여러 차례 진행된 컴퓨터와 인간간의 체스 대결이다. 이 대결들은 초기에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기초한 고도의 수학적 연산능력이 승부처가 되어 왔지만, 점차 추론과 사고 등 기계의 본질적 한계를 극복하는데 초점이 두어졌다. 즉, 종합적인 사고를 수행하는 인간과 같은 능력을 갖춘 기계 구현을 위한 노력으로 탄생한 컴퓨터와 인간간의 대결들은 상호 승패를 거듭하였지만, 최근 기계의 승률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인기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 인간과의 대결에서 우승한 것은 이제 기계가 고도의 연산능력과 함께 데이터의 해석이나 추론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진보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즉, 기계는 이제 무수히 존재하는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조합하여 추론하는 자기주도 학습의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BM은 왓슨의 승리에 힘입어 인지능력 기반의 혁신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였고, 보험업계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인간은 종합적 사고력을 갖추어 가는 기계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실제로 경험함으로써 더 많은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기술혁신으로 기계 능력의 급격한 증진이 현실화되고 있는 반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진보된 혁신적인 기술로 다양한 미래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세 명의 예지자들이 미래에 발생할 범죄를 예방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고도의 과학기술에 의한 예측이 아닌 예지자들의 능력에 의한 범죄예방시스템의 존재는 혁신적 능력들을 보유한 기계들이 등장해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미래사회에서도 인간이 여전히 기계가 감당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처럼 기계의 진화와 그로 인한 인간능력의 확장, 진화된 기계와 공존하면서 부딪치게 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들은 어쩌면 아직 고민하기에는 이른 느낌이 있지만 지속적인 논의와 검토를 통해 올바르게 방향을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계에 인지능력을 부여하는 연구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융합기술은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IT/BT(바이오)/NT(나노)/CT(Cogno Tech, 인지기술)간 융합을 의미한다. 다양한 기술간 융합을 통해 기계의 인지능력을 높이고,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활용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융합기술 연구목표를 ‘인간 수행능력의 확장’으로 제시한다. 과거 과학기술이 이룬 성과를 감안하면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육체적으로 정상적인 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다양하고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기초로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을 통한 수행능력의 확장이나 인간한계를 극복하는 노동력 대체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융합기술연구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보다 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기회를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반면, 육체를 기초로 하는 수행능력과 대비되는 정신적 인지능력 분야로 초점을 돌리면 다소 다른 결과를 예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두뇌는 쓰면 쓸수록 더 발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적인 능력을 기계에 의지하게 된다면 인간의 두뇌는 점점 단순화 되고 퇴화될 것이다. 또 한편으론 인공지능기술의 지속적인 혁신으로 기계가 자기주도적인 학습 증식이 가능할 경우 ‘이글 아이’에서처럼 인간과 기계가 상호 대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점점 인간 중심적 관점에 대한 관심 제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들은 향후 기계에 대한 인지능력을 어느 정도까지 부여하고 부여된 인지능력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 수행능력의 확장과 기계의 인지능력이 크게 확장되고 있는 이 시점이 인간 본연의 미래 정체성 확보를 위해 숲을 조망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현창희  chhyun@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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