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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Lobbyist)[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편집국장>
▲ 오석준

지난달 말 제주도의회가 ‘로비’ 파문으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김태석 도시환경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25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벌어진 ‘도시계획조례 전부 개정안’ 부결사태가 특정 이익단체와 지역언론사 등의 압력 때문에 빚어졌다고 ‘폭로’ 하면서 ‘후폭풍’이 몰아친 것입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건설협회와 건축사회측에서 2~3차례 방으로 찾아와 자연녹지지역 건축규제 강화는 안된다고 요구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며 “도시경관·난개발 등의 문제를 집중보도하던 한 지역언론사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갑자기 공론화가 부족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등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고 성토했습니다. 더불어 ‘업자’들을 향해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채우기 위해 제주도의 미래를 팔아먹는 행위를 서슴지않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도의회가 1%도 되지 않는 건설·건축사회의 로비에 무너졌다”고 개탄하기도 했지요.

발끈한 동료의원들, 특히 김 위원장과 같은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간담회를 갖고 명예훼손 운운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보이지 않는 압력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 지역언론사는 연일 지면을 동원해 ‘로비의 실체를 밝히라’고 압박하는 진풍경이 벌어졌고요. 사과를 거부하던 김 위원장은 결국 지난 11일 ‘검은 거래’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로비’라는 단어를 사용해 동료의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동료의원들의 불편한 시선과 보이지 않는 압력 등이 작용했겠지요. 결국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부결사태의 ‘불편한 진실’은 이대로 덮이려나 봅니다.

로비스트 (Lobbyist)는 특정 압력단체의 이익을 위해 정책이나 입법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책 입안자나 정당, 의원 등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미국에선 ‘청원권의 보장’ 측면에서 로비스트를 합법화하고 당국에 등록을 해서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활동하는가 등 활동내역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지요. 이들은 주로 일정한 법률에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에 속해 있거나, 어떤 특정한 법안이 통과되거나 부결되기를 원하는 집단의 돈을 받고 고용된 경우가 많고, 무기 거래를 비롯해 국가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로비스트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로비스트는 넘쳐납니다. 특정 집단이나 회사 등의 이익을 위해 정부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원 등을 상대로 정책 결정이나 법안 제·개정, 사업자 선정, 예산 확보 등을 위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로비스트인 것이지요. 제주도의회를 드나드는 사람들 가운데 공무원들을 제외하고 절반 정도는 로비스트라 봐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007년엔 SBS가 기획 드라마 〈Lobbyist〉를 방영, 인기를 끌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로비스트는 익숙한 단어가 됐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미국의 E-시스템사의 로비스트로 2000억원대의 통신 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인 ‘백두사업’ 최종 사업자 선정을 성사시켰지만, 2000년 당시 국방부장관과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기소됐던 린다 김은 이렇게 말합니다. “뇌물로 일을 해결하는 이들은 로비스트가 아니라 브로커다. 로비스트는 정식 라이선스를 가지고 회사나 정부의 이익을 위해 뛰는 사람이다.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제품에 대해서도 A부터 Z까지 꿰고 있어야 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 이쪽에서 줄 수 있는 것을 분석·판단해 조율하는 종합예술인이라고나 할까”

로비 자체는 나쁜게 아닙니다. 특정집단이나 회사 등의 입장에선 영향력을 키우거나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문제는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적절하게 걸러내고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해서 제주도 지방정부나 도의회의 ‘무게중심’은 공공성에 자리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건설·건축업계와 지역언론사 등의 압력에 밀려 자연녹지 연립주택 층수를 4층에서 3층으로 규제를 강화한 내용이 포함된 조례개정이 무산된 것입니다. 도의원들이 공익이 아닌 사익에 손을 든 결과 자연녹지 토지주와 ‘업자’들은 수혜자가 됐고, 추자도 참굴비 가공시설과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등 공익적 사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도민들이 피해자가 된 것이지요.

이는 이른바 ‘토착세력’의 ‘짬짜미’가 지역사회와 지역의 미래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수 있는 지, 제주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한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도의회에 부끄러운 역사로 남게 될 것입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이젠 모든게 묻혔다고 휘파람을 불고 있겠지요.

오석준  sjoh@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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