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철저히 해군기지화하려는 해군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소위원회 6차회의를 앞두고 정부 관련부처에 해군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했다는 자료를 통해서다.

이 자료는 △5만t급 크루즈선 선회장 쟁점사항과 무역항 지정 △제주도 15만t급 크루즈선 선회장 검증관련 요구자료 조치 결과 △무역항 지정, 군사기지 법령 등 관련사항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내용을 보면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쟁점사항과 예상되는 문제점, 대응논리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실제로 진행돼 해군이 치밀하게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치밀한 각본 실행
제주도가 중요하게 문제를 삼고 있는 15만t급 크루즈선의 안전한 입출항과 관련된 ‘항내 선회장 규모 확장 가능성 검토결과’는 공사중단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불가’로 결론을 내렸다. 대규모 재설계 등 각종 선결조건을 완결하려면 인·허가 재협의에 1년이상 소요되는 등 18개월이상 공사를 중단해야 하고, 추가예산이 1500억원이상 들뿐 아니라 반대측에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예측불가의 상황이 벌어질수 있다는 이유다.

이와함께, 제주도는 여유수역 부족, 돌제부두의 의한 심리적 부담감 등으로 크루즈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항만 조건·선박운항 빈도, 소요 예산 등 여러가지를 종합해 최적의 항만설계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15만t급 크루즈선 입항이 가능한 시기를 2025년이후 1척으로 전망한 것도 해군의 의중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해군기지를 무역항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중복지정하는데 따라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응책도 치밀하게 준비해 놓았다. 항만법상 공동사용수역 개념이 없다는 점과 무역항 설정 취지를 고려해 제주도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러한 예상대로 제주도는 지난 3월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해군의 의견 제시 요구에 크루즈선박 입·출항과 관련된 시설과 수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해군은 공동사용수역에 대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시 △기지방호 취약 △시설물의 설치 △군함의 항로방해 등 행위에 대해 법적 재제수단이 없음을 우려했다. 이에따라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내에서 크루즈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보장하기 위한 예외조항을 시행령에 반영하고 무역항 항계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설정은 일괄협의한다는 대응책을 마련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달 26일 해군기지 수역을 군사보호구역과 무역항으로 중복지정하는 내용의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더불어 ‘해군기지 수역은 기동전단 전력을 수용할수 있는 작전기지로서의 기능과 크루즈선박의 입출항을 보장할수 있도록 군사보호구역과 무역항계로 중복 지정될것이며, 크루즈선박의 입출항과 관련된 방파제·항내구역·항로 등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될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항만 관제권과 시설관리권에 대한 해군의 입장도 ‘무늬만’ 민군복합형관광미항임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군사보호구역에서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주택 신·증축, 공작물의 설치 등을 허가하려면 국방부장관이나 관할 부대장 등과 협의해야 한다’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13조를 내세워 입·출항이 가능한 선박을 관할부대장이 지정하고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해군이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미적대는 도정
해군은 이 자료가 지난해 10월 21일 열린 국회 예결위 해군기지 소위 6차회의에 앞서 정부 관련부처에 설명하기 위해 만든 자료일뿐 현재의 사업진행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이 자료에 나온대로 실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다.

제주도가 청문절차를 마친 해군기지 공유수면매립공사 중지 처분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국방부가 단독으로 실시한 15만t급 크루즈선 입·출항 시뮬레이션 재현에 참여하기로 한것은 해군의 시나리오에 놀아나는 것밖에 안된다. 도지사가 제주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제주도지방정부·도민들의 자존감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공사중지명령 결단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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