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미FTA 발효에 맞춰 미국산 수입 오렌지의 ‘공습’이 시작됐다. 예상대로 낮아진 가격을 무기로 물량공세에 나서 제주 감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 발효에 따라 미국산 오렌지 수입관세는 50%에서 30%로 낮아졌고, 3~8월 수입물량은 점진적으로 더 낮아져 2018년에는 완전히 없어진다. 그 영향은 제주도가 최근 서울 도매시장과 대형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미국산 오렌지 수입·판매동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바로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지난 4월까지 미국산 오렌지 수입물량은 13만4111t으로 지난해보다 18.7%나 늘어났고, 올한해 수입량이 15만~16만t에 이를 전망이라 한다. 지난 1월까지만해도 18kg상자당 5만원대이던 네이블오렌지 가격은 한미FTA가 발효된 3월에 4만5000원, 4월에는 3만7000원대로 23%나 떨어졌다.

대형마트에선 값이 싸진 수입오렌지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판매량이 20%가량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수입오렌지 당도가 11브릭스 이내로 ‘한라봉’보다 낮고 부패 등으로 품질이 떨어져 제주산 만감류 도매시장 경락가격이 3kg상자당 1만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000원가량 오른게 위안거리다. 그러나 고물가로 값싼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고, 참외·메론·딸기·수박 등 국내산 햇과일들과도 경쟁을 벌여야 하는만큼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제주도가 내놓은 정책들은 감귤 연중 생산·출하시스템과 고품질 생산, 경영비 절감 등 수십년째 같은 메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도내 감귤 재배면적 2만549㏊ 가운데 노지감귤이 1만7405㏊로 지난해 1만7626㏊보다 1.3%, 하우스감귤이 295㏊로 지난해 283㏊보다 4% 감소했다고 한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 만감류는 1908㏊로 지난해 1701㏊보다 12.2%, 월동감귤은 953㏊로 지난해 910㏊보다 4.7% 늘었지만 감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3%·4.6%에 머무르고 있어 연중생산·출하체제 구축은 아직 갈길이 멀다. 주로 2~5월에 출하되는 만감류는 미국산 오렌지와 직접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수 없다.

이런 차원에서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갖고 있는 오렌지 수입쿼터량 권한을 도지사가 위임받아 수입물량을 조절하는 방안은 매우 바람직하고 시급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도는 물론 제주지역 국회의원들과 ‘친제주 네트워크’의 역량을 모으고 정부를 설득해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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