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현문권 / 천주교 제주교구 신부

▲ 현문권

지난 4월 30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주를 방문했다. 수도권과 전라도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제주에서 선거패배를 맛보았던 새누리당으로서는 제주지역 정서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 출마자였던 현경대 제주시 당협위원장의 놀라운 발언이 있었다. “제주해군기지도 안되고 한미FTA도 못한다고 하면 제주도도 북한처럼 폐쇄적으로 살아야죠. 뭐!” 아마도 제주지역에서 새누리당이 한석도 못 얻은 것에 대한 불평과 함께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는 내용을 반대만하는 이들에 대한 답답함에서 나온 발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박근혜 계열이라 제주도 새누리당의 중요한 정치적 인물임을 감안하면 지역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현경대 당협위원장이 낙선한 많은 요인 중 하나도 바로 해군기지를 바라보는 견해였다.

현경대 당협위원장의 발언을 역으로 질문해보면 어떨까? 그동안 제주지역에 해군기지 없었을 때 대한민국이 북한처럼 폐쇄적이었나? 그리고 한미 FTA 조약 체결전에는 대한민국이 북한처럼 폐쇄적이었나? 왜 해군기지 문제를 항상 북한문제와 빗대서 하는 줄 모르겠다. 물론 종북좌파로 몰고싶은 마음에 꼼수를 부린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강정주민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현경대 당협위원장의 놀라운 발언들은 계속됐다.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모인 이들을 보고는 “반대와 시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데모하는 사람들 중 제주도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의사표현 자유가 있어도 지킬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해군기지 공사중단을 위한 읍면동대책위원회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하와이 발언’을 비판하면서 주민등록증을 드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반대하는 이들은 제주도민이라는 강한 표현이었다. 현경대 당협위원장은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어디에 계셨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제주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바로 해군기지 문제였으며, 마을 주민들의 피눈물나는 반대운동은 방송매체를 통해 계속 알려졌다. 그렇게나 제주지역을 뜨겁게 달군 정치적 이슈를 원로 정치인이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사실 제주 해군기지 문제처럼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엮여있는 사건도 없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보듯이,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된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원죄를 가지고 있기에 박근혜 대표로부터 정치인들이 말바꾸기를 한다는 정치공세를 받은 적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표도 자유스럽지는 않다. 왜냐하면 노무현 정권에서는 사사건건 반대를 하다가 정권을 잡은 후에는 나몰라라 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표 또한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7년 6월1일 제주를 방문했을 때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민의견 수렴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라고 말했으면서 도민 의견이 공사 중단으로 수렴돼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지난 4월 7일과 지난 5월 1일 제주방문에서는 제주의 신성장 동력이라 호도하면서 해군기지는 지속적인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꼼수를 부리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김태환 도지사 시절 후보지역도 아닌 강정이 당시 도지사와 마을회장의 꼼수로 해군기지를 갑자기 수용하게된 사실, 정책을 여론조사로 밀어붙인 꼼수, 한나라당이 주축이 되어 절대보존지역을 날치기한 꼼수, 이중계약서 꼼수, 민군복합항이라 우기며 실제로는 군사기지를 만드는 해군의 꼼수, 지역주민들을 이간질시키는 꼼수, 무역항 지정한다면서 군항지정을 하는 꼼수, 해군이 경찰과 용역을 이용해 주민들을 괴롭히는 꼼수, 정치인들의 말바꾸기 꼼수 등 수많은 정치적 꼼수로 정작 국민과 지역주민들만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군기지 공사정지 명령에 대한 우근민 도지사의 지혜로운 선택을 요청한다. 이미 정부와 해군은 꼼수를 부리며 제주도를 농락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해군은 크루즈 선박 접안에 관해서도, 무역항에다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설정한다고 이미 꼼수를 쓰지 않았던가! 정치적 꼼수가 아닌 제주지역 민의를 대변해 자존감 있는 정치인으로서 올바른 결정이 있기를 기도한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