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장 ‘제주의 세시풍속’

제주에서 음력 6월 20일은 닭 잡아먹는 날로 유명하다.

농촌에서 닭을 기르던 옛 풍경이 살아진지 오래인데도 시중 삼계탕 전문집 마다 발 디딜틈 없다. 시기적으로 초벌 밭 김매기가 끝난 데다 복중 더위가 기승을 부려 허한 몸을 보신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때마침 병아리가 자라서 잡아먹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제주 선인들은 생활속에서 삶의 지혜를 축적해왔고 이를 세시풍속으로 남겼다. 그안에는 제주인만의 멋과 지혜가 담겨 있다. 오늘날처럼 경제 사회적 어려움이 더할수록 제주적인 기질과 정신은 더 빛을 발한다. 그러한 의미로 진성기 제주민속박물관 관장(75·사진)이 ‘제주의 세시풍속’을 펴냈다.

‘똥줏기’란 말똥을 주워 모으는 것으로 제주의 세시풍속 중 하나다. 8월 제초가 끝나면 사람들은 동맹탱이를 둘러메고 산과 들로 나가 말똥을 줍기 시작한다. 주은 말똥을 잘 말려 두었다가 10월 달부터 이듬해 2월 달까지 아궁이에 불을 때 연료로 사용한다.

자굴이라는 차풀은 7월 그믐에서 8월 초순 사이에 짙누렇게 익은 것이다. 이때 말려 겨울에 차를 만들면 구수한데 이는 가을철 제주의 세시풍속이다. 갈옷이란 감의 떫은 물로 염색한 옷을 말한다. 갈옷은 무명이나 광목 등으로 만든 옷에 6월에서 7월 사이 열린 풋감의 즙을 들여 만든다.

이 옷은 질기고 땀이 나도 몸에 쉽게 달라붙지 않는 장점이 있어 농경이나 어로 작업 시 제주도민들이 애용한 노동복이었다. 제주인의 삶속에 묻어 나오는 발상과 지혜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진성기 관장은 “제주의 365일, 제주인의 일상을 모두 담은 제주백과사전이다”라며 “이름난 관광지로는 제주 겉모습만 알수 있다. 진정한 제주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제주인의 삶속에서 찾아보길 바란다”며 발간 소회를 밝혔다.

한편 손수 제주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주 민속문화의 찾아내는 진 관장은 제주 민속연구의 주춧돌로 불린다. 제주도 민요를 시작으로 ‘제주도 설화집’, ‘제주도 무가집’, 제주도 지명의 유래집’, ‘제주도학’ ,‘제주도 무가 본풀이 사전’ 등 30여권이 넘는 민속 관련 책과 자료집을 펴낸바 있다. 도서출판 디딤돌.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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