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부결사태가 특정 이익단체와 언론사 등의 압력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의 기자회견 내용은 충격적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태석 환경도시위원장의 말그대로 ‘지방자치와 특별자치도의 근본이념을 훼손시킨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수 없다.

김 위원장은 건설협회와 건축사회측에서 2~3차례 방으로 찾아와 자연녹지지역 건축규제 강화는 안된다고 요구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도시경관·난개발 등의 문제를 집중보도하던 한 지역언론사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갑자기 공론화가 부족하다는 여론을 형성하는 등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인인 도의원이 재산권의 기본 속성도 이해하지 못한채 재산권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않은 처사”라며 동료의원들에게 유감을 표했다.‘업자’들을 향해선 “자신의 사리사욕만을 채우기 위해 제주도의 미래를 팔아먹는 행위를 서슴지않고 있다”며 직설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핵심은 자연녹지 건축규제
문제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은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시 동지역만 하수관거에서 200m이내 지역에 한해 개발을 허용하는 규정을 폐지하는데 따른 난개발과 제주시 평면확장 문제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때문에 제주도는 조례 개정안 제출에 앞서 주민공청회까지 열었고, 환경도시위에선 5개월에 걸쳐 3차례나 심사가 보류되는 등 ‘뜨거운 감자’였다.

환경도시위는 도가 제출한 조례 개정안과 안창남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을 병합심사해 하수관거 200m외 지역 개발제한규정을 폐지하고, 보전녹지지역 500㎡이하 일반음식점은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와함께 일반상업지역 건폐율을 강화하고 자연녹지지역 연립주택은 4층에서 3층이하로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으로 수정·가결해 본회의에 넘겼다.

그런데 본회의에서 자연녹지지역 건축규제 강화가 도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터져나오더니 찬성 13, 반대 15, 기권 6으로 부결되고 만것이다. 상임위에서 가결된 안건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 자체는 크게 문제삼을 일이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이번 조례개정안 부결이 도민의 공공의 이익에 합당하고 정당성이 있느냐다.

일련의 과정을 미루어볼때 이번 ‘사태’의 핵심은 자연녹지 건축규제 강화다. 이는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막고 제주 최대의 자산인 환경보전을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개인의 재산권보다 우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건설·건축업계와 지역언론사 등의 압력에 밀려 조례개정안이 부결되는 결과를 빚었다면, 도의원들이 공익과 사익의 충돌에서 사익에 손을 들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일부 도의원들은 자연녹지 연립주택 층수를 현행대로 4층으로 해달라, 보전녹지에서 음식점을 하게 해달라는 등 직접 ‘로비’도 했다고 한다.

수혜자 vs 피해자
이번 조례개정안 부결사태의 최대 수혜자들은 자연녹지지역 토지소유주와 ‘업자’들이다. 종전대로 4층 연립주택 건축이 가능해져 조례 개정전에 건축허가 신청이 크게 늘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반면 조례안에 포함됐던 도서지역 보전관리지역 수산물 가공시설 설치 허용이 무산되면서 추자도 참굴비 가공시설 설치가 어렵게 됐다. 지하수보전지구 1·2등급이 아닌 지역은 축사·가축시설과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을 할수 있게 한 조항도 무용지물이 돼 제주시지역 2곳에 예정됐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사업도 난관에 처하게 됐다고 한다.

이는 이익단체·지역언론사 등 특정세력의 로비와 일부 도의원들의 욕심에 도의회가 무너지면서 빚어낸 결과다. 이른바 ‘토착세력’의 ‘짬짜미’가 지역사회와 지역의 미래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수 있는지, 제주사회가 얼마나 불공정한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인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건강한 지방자치와 특별자치도 제주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등과 공동 진상조사단 구성 등을 통해 이익단체·지역언론사 등의 압력의 실체를 규명해 낱낱이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도민들에 대한 도의회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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