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중단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된 쇠고기에 대한 전수조사와 수입중단을 하겠다던 약속을 어긴데 대한 분노도 커지면서 촛불이 다시 타오를 모양이다.

지난 2008년 신문광고 등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시 쇠고기 수입 중단을 공언했던 정부는 지난달 24일 미국정부의 캘리포니아지역 광우병 발생 사실이 발표되자 말을 바꾸고 있다. 30개월 미만에 특정위험물질 포함 부위를 제거한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수입 중단이 아닌 검역 강화와 민관합동조사단 파견이라는 ‘꼼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 축산가공업계는 미국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소의 월령 구분이나 뇌·척수 등 특정위험물질 부위 완전 제거는 어렵다고 밝혔고, 이명박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고 한다. 민관합동조사단도 2008년 쇠고기 협상에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과 정부 입장을 지지하는 대학교수·소비자단체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데다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은 방문대상에서 제외됐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미국 눈치보기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동식물 위생검역 보고서에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정부는 타당한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입수 가능한 정보에 근거해 잠정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부칙에도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 협정에 따라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정부 역시 지난 2008년 6월 보도자료를 통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20조와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음을 수입위생조건 부칙에 명시했으며,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견될 경우 일단 수입을 중단 조치한다’고 밝힌바 있다.

제주농민회·여성농민회를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남음이 있다.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했던 약속을 어기고 국민들의 건강권·생명권은 아랑곳없이 미국의 눈치만 보며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방치하는 행태 때문이다. 내일(2일)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선 광우병위험감시 국민행동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의 주최로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시위가 열린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정부의 결단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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