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창희 / ETRI 사업화본부장

▲ 현창희

기존 이동전화기기(피쳐폰 등)의 경쟁원천이었던 성능과 기능들은 스마트기기들의 등장으로 이용의 편리성 등으로 전이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원천의 전이에 따라 새로운 경쟁원천의 창출과 경쟁규칙 지배는 기업의 성장과 유지발전을 위한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Apple은 스마트폰 출시와 함께 이용의 편리성과 감성을 자극하는데 성공했고, 앱 개발자와의 7:3 수익배분방식 정착, 반복적으로 사용해도 없어지지 않는 디지털기술의 특성에 기반한 음원 등 콘텐츠 소유자와의 계약에 따른 새로운 경쟁규칙 정립 등을 선도하면서 시장선도자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반면, 기존의 경쟁규칙에 안주해 새로운 경쟁원천을 창출하지 못한 노키아와 유선 검색시장의 강자였던 야후 등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특정의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원천을 창출해 시장을 선도하는 교두보를 확보한 경우에도 끊임없이 직면하게 되는 도전에의 적절한 응전이 부족할 경우 다시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Apple의 스마트폰 출시와 급격한 시장침투력을 보면서 국내 기업들이 느꼈던 것은 불확실한 미래와 생존에 대한 공포였다. 그러나, 그러한 위기들을 잘 이겨내고 새로운 반격의 기회들을 찾아내고 있는 것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기기 시장에 대한 최근의 시장보고서들이 국내 기업들의 약진을 연일 보도하고 있어서 우리 기업들의 저력에 대한 신뢰를 더욱 강하게 한다.

스마트기기 시장 초기의 경쟁양상이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반의 이용의 편리성과 무선인터넷의 보편화, 다양한 소비자의 참여에 따른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 마켓의 확대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반면 현재의 양상은 조금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즉 위에 열거한 초기의 경쟁원천들은 후발주자들의 신속한 학습효과에 의해 그 격차가 급속하게 소멸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들어 초기의 경쟁원천을 가능하게 했던 기술적 특성에 대한 권리인 특허의 보유 여부와 후발주자들의 학습효과로 출시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법제적 판단결과에 따라 시장의 경쟁구도가 새롭게 형성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를 무대로 국제적 소송을 전개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두 기업 즉, Apple과 삼성전자간의 소송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드높다.

스마트기기 관련 소송의 과정에서 미래의 핵심적 경쟁원천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특허 등을 비롯한 지식자산이다. Apple은 강력한 컴퓨팅기술의 보유자로 관련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이동통신 원천기술과 관련된 특허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 이들간 분쟁의 결말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어렵게 한다. 또한, 특허분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해 8월 모토롤라의 무선분야를 125억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통신분야 특허자산을 확대하고 있는 구글과 과거의 강자였던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통신과 컴퓨팅 기술 등에 대한 특허자산을 상호 공동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 등도 향후 국제적인 특허분쟁의 진전 방향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 과거의 분쟁들이 대부분 마케팅적 요소들이나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에 관련돼 제기돼 왔던 것과는 달리 특허기반의 분쟁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2일 발간된 미국의 지식재산 전문 잡지인 ‘IP Today’ 4월호는 필자가 재직중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미국 등록특허 기준 ‘2011년도 특허종합평가(Innovation Anchor Scorecard)’에서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 대학 등을 제치고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Patent Board에서 시행한 특허종합평가 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Patent Board는 매년 미국 등록특허 기준 전 세계 정부기관, 대학 및 연구소를 대상으로 양질의 기술경쟁력을 평가해 순위를 부여하는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특히 2011년도 평가는 2010년도까지 ‘정부기관’, ‘연구소’, ‘대학’ 등 3개 분야로 구분해 각각 실시해 오던 방식을 전체 기관(237개)을 통합하는 것으로 변경해 실시한 최초의 평가라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 평가순위는 단순한 양적 지표만이 아닌 특허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술력, 산업영향력 지수와 특허등록건수, 기관별 기술변화와 진보속도를 보여주는 혁신주기(Innovation Cycle Time) 등이 고려됐다는 점에서 질적 특성 반영이 강화됐다.

이러한 성과는 과거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과정에서 제기됐던 다양한 문제들, 실질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특허의 양산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향후의 기업간·국가간 경쟁이 특허분쟁으로 급격한 방향전환을 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 시점에서 특허 등 지식재산의 확보와 유지, 가치 확대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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