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KT새노조, 7대경관투표 전산조작 의혹 제기

고객 통화내역서·요금고지서 통해 KT 주장 오류 발견

[제주도민일보 한종수 기자] 제주7대경관 투표를 둘러싼 KT 국제전화 사기 전말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KT가 허위 국제전화 논란을 덮으려 거짓말을 한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대국민 망신을 자처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를 비롯한 도내 6개 시민단체와 참여연대, KT새노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은 25일 오전 제주와 서울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갖고 KT의 제주7대경관 선정투표 국제전화가 분명한 ‘사기’라는 입증자료를 공개했다.

▲ 25일 시민단체가 공개한 KT 전화통화내역서
■ 투표 서버는 ‘일본’ 착신지는 ‘영국’
이날 공개한 자료의 핵심은 이렇다. KT는 ‘일본’ 소재 투표 집계서버에 7대경관 투표 결과를 전송했기 때문에 ‘국제전화’가 명백하다는 점을 내세우더니 한 제주도민의 통화사실 확인내역서에는 착신국가가 ‘일본’이 아닌 ‘영국’으로 돼 있었다는 것. 영국으로 전화를 건 사실이 없는데도 말이다.

KT는 당초 “7대경관 투표 방식은 영국이 착신지인 국제전화”라고 주장했으나 하루 200만 건의 국제전화가 불가능하다는 내부 증언이 잇따르자 ‘정상적인’ 국제전화가 아니라며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KT가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KT는 세계최초로 개발한 ‘국제투표서비스’라고 말을 바꿨다.

이 근거로 투표집계 서버가 ‘해외’(일본)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국제전화망 접속은 ‘00’으로 규정돼 있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48조를 내세워 001로 시작되는 KT 국내전화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곁들였다. 당초 주장하던 ‘영국 착신지’는 거짓으로 드러나 자취를 감췄고 대신 약관에 없는 ‘국제투표서비스’를 들고 나온 것이다.

■ 새로운 규정 만들다보니 오류 투성
이러한 KT의 허술한 논리는 통화내역서, 요금고지서 등을 통해 ‘사기’였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에 서버를 둔 세계최초 국제투표서비스가 맞다면 애초부터 착신지를 ‘일본’으로 표기해 통화내역서를 만들어야했지만 ‘영국’으로 표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약관에 없는 규정을 급히 만들다보니 벌어진 사태다.

KT가 국제문자요금 부당 이익을 챙긴 점도 피해갈 수 없다. 국제문자 SMS 서비스 요금은 나라와 관계없이 한글 기준 40자, 영문 기준 80자까지 100원이다. 그러나 7대경관 문자투표는 국제문자인지도 불분명할 뿐더러 50원을 더 받아 150원이 부과됐다. 이에 대해 KT는 ‘정보이용료’라고 해명했다.

만일 KT의 주장대로 추가 ‘정보이용료’를 물렸다면 요금고지서엔 정보이용료가 명시돼야만 한다. 그러나 KT가 발행한 고객의 요금고지서는 ‘정보이용료’는 표기돼 있지 않다. 더 큰 문제는 7대경관 전화·문자투표가 ‘개인→KT 국내지능망교환기(대전 소재)’로 투표가 종료처리됐는데 왜 ‘국제문자’라고 우기냐는 점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KT가 전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매우 악질적인 사기사건” “국제전화인 것처럼 고의로 기망한 것” “기술적 조작을 통해 스스로 알리바이를 만든 것” “KT최고경영진에 의한 전산조작” 등 강도 높은 발언으로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엄중처벌을 촉구했다.

■ 7대경관 사기행각 폭로 시작에 불과
7대경관 선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캐면 캘수록 사기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덮고 가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시민단체들과 KT새노조 등의 폭로 또한 시작에 불과하다. 7대경관 사기 의혹에 대한 전말을 모조리 파헤치겠다는 게 이들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제주도-KT 간 맺은 이면 계약서 존재 여부와 공식후원위원회(OSC)인 제주관광공사가 거둬들인 커미션 규모 등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이 넘치고 있다. 특히 제주도-KT-뉴세븐원더스재단이 만든 ‘혈세 이벤트’ 속에 또 다른 개입 세력 존재 여부와 행방이 묘연한 ‘투표수익금’ 문제는 철저히 규명해야 할 대상이다.

감사원은 최근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청구한 7대경관 관련 의혹에 대해 내달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대경관 사업을 둘러싼 사기행각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그간 본보를 비롯해 시민단체·누리꾼들이 제기했던 여러 의혹들을 명쾌히 해소시켜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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