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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정치인의 예상 빗나가는 삶 살겠다”월요일에 만난 사람 〈12〉 제19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당선자 장하나
어머니가 가르쳐 준 인생살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 살라”
7대경관, 도민명예 되찾기 위해 검증…현역의원 동참 믿어

[제주도민일보 한종수 기자] 얼핏 보면 자유분방한 여대생 같은 차림이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뽐내는 인디밴드 무대 바로 아래에서 방방 뛰고 소리 지르는 낯선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옷차림새나 인디음악에 취한 모습이 서른여섯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스무 살 감성이 멈춘 듯하다.

진지했던 총선 취재현장에서 마주쳤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지난 14일 서귀포 강정마을 포구에서 열린 ‘강정의 푸른밤’ 콘서트 장은 장하나(36) 민주통합당 ‘예비’ 국회의원(비례)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느낀 첫 자리였다.

커트머리에 청바지 차림의 발랄한 여대생 이미지와 때론 거칠고 권위 있는 국회의원 모습 사이의 가늠할 수 없는 거리감이 밀려온다. 급기야 ‘저 모습이 과연 국회의원과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꿈틀, 낯설지만 내 안에 잠재됐던 편견이 불쑥 튀어나온다.

‘권위’ ‘거리감’ 따위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장 당선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따분한 정치 얘기만을 들으려고 그를 만나려한 건 아니다. 인간 장하나가 궁금했다. 사람들이 그녀의 정치적 견해를 엿듣기 전에 지난 삶을 알고 싶어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거리낌 없는 ‘취중토크’로 진행하고 싶었다. 나이가 동갑이었던 탓도 있겠다. 격의 없는 자리에서 정치인이 아닌 인간 장하나 내면의 모습을 조금 더 살릴 수 있겠다는 기대심리가 작용했다. 그의 인터뷰 수락은 쿨했다. “내일 당장 하시죠”

인터뷰는 다음날 저녁 제주시내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못 다한 얘기들은 틈틈이 트위터를 통한 ‘SNS 인터뷰’ 방식으로 추가 진행됐다.


▲ 한종수 기자 han@
청년문제 해결=삶의 가치관
약속 시간에 맞춰 장 당선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3~4분가량 먼저 와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미안할 정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해요” 해군기지 반대 시위 현장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그는 늘 이렇게 ‘공손히’ 인사한다.

짧은 인사와 함께 메뉴를 정하고 나니 인터뷰 분위기로 전환됐다. 준비된 첫 질문은 어릴 적 어떻게 살아왔으며, 정치에 발을 내딛게 된 동기였는데 모 후배 기자가 궁금해 하던 얘기를 먼저 물었다. 민주당 당원이면서 녹색당에서 활동했다는 얘기가 들리던데 어찌된 영문이냐고.

“녹색당 발기인으로 참여했어요. 녹색당 정치노선과 제 정치적 견해가 맞아 떨어졌죠. 민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당원이었고, 그것과는 별개로 녹색당 창당준비 과정을 도왔다고 생각하면 돼요. 청년노동문제를 위한 ‘청년유니온’ 활동 역시 그런 맥락이에요”

나중에 그와 트위터를 통해 국내 첫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은 청년유니온 얘기를 추가로 엿들을 수 있었다.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 등 청년 비정규직 근로여건 개선 등에 앞장서온 ‘청년유니온’은 그의 가치관과 궤를 같이 한다.

“청년유니온은 정부나 기성세대가 청년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청년 스스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전국 조합원은 500여명에 불과하고, 제주지역 조합원 역시 미미하지만 활동의 성과는 매우 커요. 피자배달 아르바이트생의 오토바이 사망사고 원인이었던 30분 배달제 폐지와 주휴수당 지급 등 혜택을 나눈 청년노동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죠”

노무현 탄핵, 정치참여 계기
준비했던 첫 질문으로 돌아왔다. 장 당선자는 하나를 물으면 여러 가지를 대답해 듣는 사람을 즐겁게, 때론 난감하게 만들었다. 다음 질문을 위해선 말을 잘라야했으나 쉽지 않았다. “끝까지 들어주세요. 흘려들어도 할 얘기 다 할 겁니다” 자존감과 은근한 고집이 느껴졌다.

“어릴 적 엄마와 단 둘이 살았어요.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늘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죠.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이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을 이끌고 학교 인근 ‘희망원’이란 사회복지시설을 자주 찾아갔어요. 누군가를 돕는 게 좋았어요”

그냥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돕는다는 자체를 “돈 주고도 못 산다” “마약 같은 것” “즐겁다”며 연신 뿜어내는 그의 말 속에 진정성이 묻어나왔다. 중고교 시절 모범생으로,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과 학과 생활을 하면서도 누군가를 돕는 그의 생활은 연속이었으니까.

그는 2004년 대학(연세대) 졸업 후, 몇 개월 서울서 머물다가 제주로 내려왔다. 어릴 적부터 고향(엄밀히 말하자면 ‘지역’)에서 일해야 한다는 일념이 강했던 터라 큰 고민은 아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치권이 시끄러웠고, 그는 분노했다. 사회학을 전공한 그에게 정치는 큰 관심이 아니었으나 첫발을 내딛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정치 참여는 노무현 탄핵 사건이 계기였지 과거 삶과 연관성은 없어요. 이후 제주에서 머물며 정치 참여도 하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보조인으로 일했어요. 삶의 질은 끝내줬어요. 물질적인 게 아니라 ‘보람’을 얘기하는 거예요. 매우 만족스러웠고,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늘 품고 살았거든요”

도의원 선거, 배움과 보람 줘
그의 제주생활은 2년을 못 버텼다. 보람 이면에 열악한 임금 탓이 크겠다는 생각에 이유는 묻지 않았다. 이후 그는 서울에서 국비로 지원되는 직업학교에서 ‘목수’ 일을 배우며 원목가구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일을 배우는 동안 숨은 재능과 딱 맞는 적성에 다시 한 번 놀랐단다. 농담식 화법이었으나 그의 말엔 진지함도 숨어 있었다.

“가구 디자인, 제작 다 했어요. 국제 공모전에서 입선까지 했죠. 그 덕에 이태리 밀라노에서 열린 당선작품 전시회를 신혼여행지로 삼았어요. 원목가구에 제 손만 댔다하면 너무 잘 만들어지는 거예요. 굉장한 재능이죠(하하). 심지어 전 이렇게 웃기기까지 해요. 몇 등이었냐고요? 자세히 묻진 마세요. 전체 응모자의 3% 안엔 들었으니까”

이맘때 그는 제주 정치계 선배로부터 6.2지방선거 도의원 출마 ‘러브콜’을 받았다. 정치참여에 대한 미련, 직업정치인도 괜찮겠다는 생각, 인생 살면서 이런 공천 제의를 언제 받아보겠느냐는 등 여러 이유들을 긁어모았다. 특히 당시(1년 전 이혼해 지금은 남남이 된) 그의 남편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었다고 한다.

“현실정치, 직업정치 한 번 해보고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4년만 하고 접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낙선했지만 애초 염려와 달리 많은 배움과 보람을 남겼어요. 만일 정치에 대한 혐오, 환멸을 느꼈더라면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도전 역시 안했겠죠. 당시 도의원 선거는 평생 올까 말까한 공천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요”

장 당선자의 정치적 견해도 궁금했다. 질문에 앞서 소주한잔 어떠냐는 물음에 그는 “몸 상태가 별로라…. 한라산(소주이름) 드시죠? (종업원을 보고) 선생님, 여기 한라산 하얀 거, 안 시원한 거 한 병 주세요” 한방에 주문하는 모양새가 소문대로 술이 센 듯했다. 그러나 그는 한잔 받아놓고 마시지는 않았다. 정말 몸이 안 좋았나보다.

▲ 한종수 기자 han@
7대경관 의혹 짚고 넘어가야
제주해군기지 갈등,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과 향후 대책, 반값 등록금 문제, FTA 파고, 청년 비례대표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을 차례로 물었다. 인터뷰 당시 그의 대답과 트위터 추가 질문답변을 통해 1문1답으로 정리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해군기지 반대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따로 없다.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할 뿐이다. 작년 이맘때 남편과 이혼하고, 회사 그만두고 나서 숨통이 트였고 반대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민주당의 당론은 민군복합항으로 짓자는 부대조건만 준수된다면 강정 입지선정 절차 문제와 관계없이 공사를 추진할 태세인데, 장 당선자의 견해는.
“당론과 제 생각은 다르다. 당론이 ‘바이블’은 아니지 않느냐. 당론이란 것은 밀고 나가다가 비난 여론이 들끓고 당의 손해가 예견되면 변경하게 돼 있다. 당론과 관계없이 내 입장은 제주해군기지 전면 백지화다. 제주를 무기 없는 섬, 평화의 섬으로 만들고 싶을 뿐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대야소가 되면서 기존에 세웠던 해군기지 해법, 계획들이 물거품이 돼 아쉽다. 애초부터 절차적 문제가 해결됐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아있다”

●7대경관 선정 문제가 감사원 감사로 확대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견해는.
“7대 경관 선정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돈 주고 표를 사서 선정된 타이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유야무야한들 역사는 기록되고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러움을 남길 것이다. 뉴세븐원더스재단이 세계 곳곳에서 벌인 사기행각이 속속 밝혀지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면하기 위해, 재단 측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태도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주도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부인·국무총리 등 현 정권이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으로 국회 차원에서 철저히 검증될 필요가 있으며 제주지역 3명의 의원들도 도민 명예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리라 믿는다”

●대학 반값등록금 공약과 관련해 청년비례대표로서 큰 역할이 기대된다.
“반값등록금은 내 개인의 공약은 아니다. 다른 선배 정치인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제시한 것이다. 반값등록금이 현실화되더라도 내 업적이 될 수 없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비례대표로서 부단히 노력할 생각이다”

●업적과 관계없다면 노력을 덜하지 않겠나.
“아니다. 그렇게 살아본 적 없다. 청년비례라는 게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해군기지 문제도 그렇다. 내가 반대운동하고, 실제로 해군기지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그건 내 업적이 될 수 없다.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업적을 위한 것도 아니다. 내 만족이고 의무이며, 가슴이 뛰는 일일 뿐이다”

●FTA 재협상, 폐기 등 논쟁이 여전한데 이에 대한 견해는.
“FTA는 재협상 혹은 폐기로 가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미 간 맺은 FTA에는 독소조항이 많고, 현역판사 140여명이 ‘말도 안된다’고 할 정도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제주 1차산업에 직결돼 있는 만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올바른 정보 공유와 제대로 된 여론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청년 비례의원으로서 향후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우선 중압감이 강하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이런 소중한 기회가 왔다. 단 4년만이 기회일수도 있으나 모든 걸 걸고 주어진 시간 동안 소신껏 최선을 다하고 싶다. 청년비례, 청년 정치참여 기회는 그만큼 청년문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청년들은 우리 청년비례를 평가하고, 우리는 청년들의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한다.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정치판이 생각보다 거칠고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주변 걱정이 앞서는데 노련한 정치인들 속에서 꿋꿋이 버틸 자신이 있나.
“노련한 정치인들의 견제, 이미지 정치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소신대로 하고 싶다. 반면 도움을 주는 많은 선배 정치인들도 분명 많을 거라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 편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편에 항상 서 있겠다. 실패하더라도 실험과 모험, 도전을 하겠다. 큰 힘이 존재하는 울타리, 헤게모니 싸움에 들어가는데 내 힘, 청년의 힘은 밖에서 찾겠다. 기존 울타리, 조직을 무시할 수 없으나 지금의 패러다임은 무너뜨려야 한다. 유동적인 힘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나가겠다”

●기존의 국회의원에 대한 일부 인식이 목에 힘주고, 만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 인식의 한 축에 장하나 예비 의원도 진입하지 않을까.
“성격이나 스타일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렇게 못할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이 내가 정치한다고 하면 장하나=국회의원 이미지 ‘매칭’이 안 된 탓인지 다들 놀란다. 선배 정치인들의 예상을 빗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 이를테면 과거 연동 지역구로 도의원 출마했지만 비례 국회의원 임기 4년 마치고 도의원 재출마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 출신이 도의원한다며 호응이 클 수도 있지 않겠느냐. 웃음 드리며 부담을 주지않는 선에서 서로의 갈 길을 북돋아주는 정치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오래전 TV에서 덴마크의 젊은 국회의원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며 서로를 대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한다는 그들과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비교하니 가늠할 수 없는 거리감에 혼란스러웠다. 우리 국회의 모습이 변할 수 있을까. 개인의 정치적 욕심이 아닌 시민들 편에 설 수 있는 정치 문화. 장하나 예비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점도 딸 같은, 친구 같은, 누나 같은 정치인일 것이다. 권위 따위는 버리고 언제 어디서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국회의원. 아픈 가슴 어루만지고, 청년들의 넋두리를 모두 들어줄 수 있는 상담사 같은 정치인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한종수  han@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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