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체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9. 종합경기장 리모델링
구조적결함 발견에 연이은 보수공사만
예산없어 종합스포츠타운 건립 물건너가
트랙 정비·조명탑 설치 등 전면교체 시급

“이젠 부럼움을 넘어 화가 나요, 왜 제주는 안돼는지...” 타 지역 대회에 참가한 육상관계자의 말이다.
수십년째 리모델링만 거듭하며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제주스포츠 시설을 주로 이용하는 체육인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 보수공사가 예정돼있는 종합운동장 동쪽부분 박민호 기자 MINO@
9. 종합경기장 리모델링
현재의 제주종합경기장은 지난 1968년 제주공설운동장 개장 이후 1980년에 1차 증축을 거쳤다. 이어 제13회 전국소년체전(1984년)을 계기로 제주종합경기장과 수영장, 야구장, 테니스장 등을 갖춘 종합스포츠타운으로 거듭난다. 이후 1998년과 2002년 전국체전 등을 유치하는 등 제주체육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난 두번의 전국체전 유치에도 불구, 종합경기장은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다. 오는 2014년 제주는 또 한번의 전국체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1984년 개장된 종합경기장은 또 다시 보수·보강 공사를 거쳐 손님 맞이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장 이후 30년. 제주는 종합경기장 개장 이후 한번의 소년체전과 두번의 전국체전을 치러냈지만 단 1차례 경기장 신설 없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93년 제주도는 제79회 제주 전국체전(1998년)을 앞두고 제주종합경기장 시설물에 대한 안전진단용역을 실시했다.
당시 경기장 내 상당수 시설물에 균열이 발견됐고 물이 새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진단, 1995년 25억원을 긴급 투입해 주경기장 관람석(카드섹션장)과 본부석 등의 구조에 대한 보수·보강 공사를 실시, 첫 번째 전국체전을 치러낸다. 4년후인 2002년에 개최된 제83회 전국체전도 비슷한 방법으로 치렀다.

타지역에선 전국체전이 개최되면 도시가 바뀌고 경기장이 새로 들어섰지만 유독 제주만은 매 대회때마다 같은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는 지난 2010년 ‘(가칭)제주종합스포츠타운’을 만들어 동아시아대회·전국체전 등 대규모 국내·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겠다며 용역비 1억7500만원을 들여 ‘제주 종합스포츠타운 건립 타당성 및 경제성 검토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 오는 2015년까지 사업비 8000억원을 투입해 70만㎡ 부지에 3만석 규모의 주 경기장, 5000석 규모의 보조 경기장과 5000석 규모의 수영장, 5000~1만석 규모의 제1·2·3체육관, 20면 규모의 테니스장을 비롯해 선수촌·지원센터·편의시설 등을 갖춘 스포츠 타운이 제안됐다. 그야말로 꿈의 경기장이 생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돈이 문제였다.
제주도는 이같은 용역 결과에 대해 도의 재정 여건상 8000억원을 투입해 사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 기존 경기장 리모델링 후 사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는 2014년 제주는 또 다시 찾아온 전국체전(제95회) 개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종합경기장은 더 많은 부식이 진행돼 앞선 대회때보다 상황이 나빠졌지만 도는 다시 한번 보수·보강 공사를 한 후 대회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제주종합경기장내 주경기장을 비롯한 수영장·야구장·한라체육관 등 시설물에 대한 종합안전진단 용역결과 종합안전등급 C등급으로 판정됐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차례 보수·보강 작업을 진행한 동쪽 스탠드의 경우 중요한 구조적 결함이 발견되면서 안전성평가 ‘D등급(심각)’을 받은 상황.
이는 무리한 증축 및 설계·시공상의 결함으로 인한 구조적 손상이 발생했으며 1차 보강작업 이후에도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검결과에 따르면 종합경기장 주경기장 건물인 경우 전반적으로 콘크리트 탄산화 및 철근부식이 발생, 내구성 저하가 가속화되고 있으지만 적절한 보수·보강 및 유지관리를 수행할 경우 향후 15년동안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도(전국체전추진기획단)은 “종합경기장을 포함한 도내 전 경기장에 대한 보수·보강계획을 조속히 마련하고 타시도 경기장 벤치마킹을 통해 제주 전국체전이 그 어떤 대회보다도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의견처럼 제주체전이 이전에 치러졌던 타 시도대회보다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많지 않다.

올해 말부터 추진되는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 보수·보강 공사내역을 살펴보면 구조체 보강(철골 등 보강) 및 구조체 보수(콘크리트단면·균열등)에 25억500만원이 투입되고 홀·화장실·샤워실·사무실 등 내부공간 리모델링 공사에 32억3900만원, 경기장 전면부 외부커튼월(6억7900), 외부입면 슈퍼그래픽(11억), VIP 관람석 교체 및 본부석 철골구조체 재시공(31억8000), 성화대 설치(8억4700), 천연잔디 정비(2억7900), 트랙(우레탄·8레인)정비(21억7800), LED전광판(천연색 풀컬러) 및 조명설비 교체(24억2000), 기계·전기·통신설비공사(23억8000) 등 내부공간 재구성 및 리모델링을 위해 124억5000만원 등 모두 1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얼핏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새로운 경기장이 탄생하는 것 같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제주는 경기장의 기본 시설인 트랙 정비의 경우 우레탄트랙으로 교체 예정이다. 최근 추세대로라면 ‘몬도(프레스)트랙’으로 교체해야 맞지만 몬도트랙의 경우 교체주기가 관리비가 많이든다는 이유로 우레탄트랙으로 바꾼 것이다.
또 24억여원이 들어가는 조명시설인 경우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지도 의문이다.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 진입각에 위치한 주경기장이 항공기 이·착륙 고도제한에 묶여있어 경기장에 필요한 조명탑을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고도제한을 담당하는 건설교통부 부산지방항공청에 협조 공문도 보내고 여러차례 방문, 고도완화를 요청했지만 항공기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승인을 거절한 상태”라고 말했다.

종합경기장 주변 고도제한은 고도제한법이 고시되면서 시행됐고 칼호텔 신축 등의 이유로 여러차례 완화된 상태다.현재 주경기장에서 가장낮은 부분인 직1문(남쪽스텐드)의 고도제한은 23.3m(해발고도 ‘0’기준 83.03m), 가장 높은 부분인 직4문도 36.48m(96.45m)에 불과해 조명탑(44m)설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지방항공청은 단호한 입장이다. 항공청 관계자는 “경기장 조명의 경우 항공기 착륙시 기장의 착각을 할 수 있기때문에 공항주변은 다 제거해야한다”며 “제주의 경우는 타시도보다 상당히 많이 완화된 상태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현재로선 완화해 줄 만큼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제대로된 조명탑 설치가 어려울 경우 체전 개·폐회식은 물론 체전 이후 야간 경기장 활용에도 어려움이 예상돼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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