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중인 ‘학생 생활지도 도움카드’는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반인권적이고 반교육적일뿐 아니라 일순간 일탈한 학생들에게 족쇄로 작용해 사회 진출에 어려움을 주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지난달 26일 전국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학생에 대한 각종 정보를 카드에 기록해 관리하는 ‘학생 생활카드제’ 시행을 시달했다. 학생생활카드에는 가족·교우관계·생활지도사항, 특히 보호가 필요한 학생들의 질병 등 신체특이사항, 부모의 직업 등 가족관계와 세부사항, 학교폭력 등의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도록 했다.

교과부의 이러한 조치는 무엇보다 학교폭력을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 등과 연계시켜 불이익을 줌으로써 갈수록 악화되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한번의 실수로 학교폭력 가해자가 된 학생들을 선도하는 대신 고립시키고, 학교라는 울타리를 떠나게 만드는 등 문제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기초생활수급자·한부모가정 등 가족관계 세부사항과 신체특이사항 등을 담은 학생생활카드가 유출될 경우 인권 침해 등 사회적 문제들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해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가족관계 세부사항 등을 조사하지 말것을 교과부에 권고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전북교육청은 “학생생활카드는 교사에게 학생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사찰하도록 하는 것으로, 학생과 학생가족 인권침해 우려가 크다”며 일선 학교에서 작성하는 것을 보류해 교과부의 지시를 거부했고, 강원교육청도 이에 동참했다고 한다. 반면 제주도교육청은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학생생활카드를 도입하겠다는 것인지 속내가 궁금해진다.

학교폭력은 엄중한 처벌이나 제재가 능사가 아니라, 학생들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범사회적 노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어리석음을 더이상 범해선 안된다. 반인권적이고 반교육적인 학생생활카드 도입을 단호히 거부할 것을 제주도교육청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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