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의 편지] 오석준 / 편집국장

▲ 오석준

모레(11일)가 민주주의 잔칫날입니다. 나라의 주인인 백성들이 심부름꾼인 국회의원들을 뽑는 축제지요. 지난 1948년 제헌국회가 구성되고 정부가 수립된후 64년이 흘렀으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도 그리 짧지 않은 셈입니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당 정부시절 잠시 불었던 봄바람은 5·16 군사쿠데타로, 박정희 18년 독재가 종식된후 찾아왔던 1980년 ‘서울의 봄’도 군부쿠데타로 속절없이 막을 내렸지요. 그리고 전두환-노태우 군부정권과 김영삼 정부에 이어 김대중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격변의 역사가 거듭되었습니다.

‘경제’ 하나 믿었더니…
오는 12월 대통령선거 길목에서 치러지는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 나라 민주주의의 미래와 백성들의 삶을 좌우하게 될것이라는 생각에 자꾸 조바심이 납니다. 오로지 ‘경제’하나 믿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정권을 맡긴 대가가 너무 혹독하니 말입니다.

살리겠다던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1% 대기업·부자들의 환호속에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쪼그라들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때 쌓았던 ‘불통’의 벽 ‘명박산성’, 4대강사업 강행 등 불도저식 토건개발, ‘미네르바’ 구속 등 표현의 자유 침해, 그리고 이제 청와대가 개입한 민간인 전방위 불법사찰과 은폐·증거인멸에 수사축소와 회유 등 MB정권의 수준과 바닥이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대통령이나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치인·공직자·기업인에 언론인·연예인을 가릴것없이 국가기관을 동원해 불법사찰을 한 중대한 범죄 행각이 담긴 문건이 드러나자 반성과 책임 규명은 고사하고 80%는 노무현 정부때 것이라고 ‘물타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노무현 정부때 것은 경찰의 합법적이고 통상적인 공직자 감찰 문건인데 말입니다.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 10년간 차곡차곡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누가, 언제 엿듣고 미행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잔치인 선거가 줄초상을 불러올 꼴이지요.

우리가 사는 이땅 제주는 어떻습니까. 64년전 이승만 정권의 이데올로기 광풍에 최소 3만여명의 도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됐고,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규정된 4·3은 정부·여당의 4·3특별법 개악과 4·3위원회 폐지 시도, 극우보수세력의 왜곡·폄훼와 헌법 소원 등 끊임없는 ‘역사반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64주기를 맞은 4·3은 국가안보를 내세워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하고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아닌 대규모 해군기지만을 강행하는 무지막지한 국가공권력에 국가의 주인인 짓밟히는 강정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평화와 인권, 환경과 생명이라는 인류보편적인 가치,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 등 민주주의의 가치와 최소한의 상식을 요구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전국 각계의 국민들이 또다시 국가안보의 망령에 희생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국제자유도시에 걸맞는 24시간 동시 이·착륙이 가능한 신공항건설이 2014년 공항수요 조사 이후 검토로 미뤄졌고, 한미FTA 발효와 한중FTA 추진으로 감귤을 비롯한 제주 1차산업이 몰락위기에 처해 제주와 도민들이 먹고 살아갈 길이 막막해 진것도 MB정권을 선택한 결과입니다.

후회 않는 투표를
이제 장밋빛 구호 따위에 속아 뽑아놓고 후회하는 자해(自害)선거는 그만 해야 하지 않을런지요. 정부와 국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등의 수준은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린 것이니 말입니다. 해서 이번 선거에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며 99% 서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제주를 철저히 무시한 MB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가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백성들의 삶을 돌보지 못한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심판과 더불어 현역 재선 국회의원들이 8년동안 제주의 현안문제들과 도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있게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는지도 냉철히 평가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겠지요. 새로운 정치의 핵심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후보가 진정으로 도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같은 눈높이로 문제들을 바라보고 해결해 줄수 있느냐를 꼼꼼하게 따져보자는 얘깁니다. ‘그들만의’ 엘리트정치가 아닌 소통과 공감을 토대로 한 수평적 리더십에 터잡은 시민권력의 시대, ‘생활정치 시대’는 유권자들이 스스로 열어야 할 몫이자 책임인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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