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창희 / ETRI 사업화본부장

▲ 현창희

스마트폰에 이은 스마트 패드 이용의 보편화로 인간의 활동들은 점점 디지털 공간에서의 활동 증가로 연결되고 있다. 이미 다양한 정보기기를 이용해 디지털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지속적으로 보다 편리하고 신속한 서비스 이용을 추구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며, 이러한 인간 본성에 기반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는 것은 기업들의 기본 생리라 하겠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록들, 이를 테면 웹사이트의 방문이나 온라인 서비스·소셜 서비스 이용 등에 관한 기록, 다양한 구매 등에 대한 기록 등을 캐쉬 등의 형태로 유지 보관한다. 더 나아가서는 이들 정보들을 분석해 이용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이용자들의 다음 접속시 더욱 편리하고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러한 데이터들은 정보서비스 이용자들의 실시간적 정보이용시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관리 가능해야 하므로 혁신적인 연산속도와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능력 등 인공지능에 기반한 기술적 처리들이 뒷받침돼야 한다.

즉, 단순한 이용자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고 포착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 비즈니스 기회로 연결시키는 것이 바로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경쟁우위전략의 중요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종종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의 정보의 합리적 이용과 관리에 대한 충돌을 야기하며, 애플과 구글의 이용자의 위치정보에 대한 공방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논의들과 관련해 최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빅 데이터(big data)’다.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사는 ‘빅 데이터’의 개념을 데이터베이스의 규모 측면과 업무수행 측면으로 나누어 정의하고 있는데, 전자 관련으로는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가 저장·관리·분석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대규모의 데이터’로, 후자 관련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대규모 데이터로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가치를 추출하고 데이터의 초고속 수집, 발굴, 분석을 지원하도록 고안된 차세대 기술 및 아키텍처’로 정의하고 있다.

전자의 의미가 순수한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규모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후자는 정보서비스 이용자들의 다양한 정보활동으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의미들을(이는 흔히 ‘로그 데이터(log data)’라 지칭한다) 기억·통합·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미들을 유추하고 창조해 낸다는 점에서 대용량 데이터베이스의 단순한 처리능력 이상의 중요성을 내재한다. 이러한 기록들은 흔히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예를 들면 다음·NHN 등의 포털사업자, 아마존·이베이·옥션 등 전자상거래업자, KT·SKT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사업자 등이 다양한 사업경로를 통하여 보유하며, 그 종류와 형태는 대단히 다양하다.

과거 기업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에게 보다 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인해 왔다. 최근에는 디지털 활동의 증가에 따라 개인고객은 물론 기업고객 등의 데이터량이 급격하게 증가함으로써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업차원에서 빅 데이터는 미디어 콘텐츠의 급증과 이를 처리하는 스마트 미디어의 등장과 지속적 확대, 소셜 비즈니스의 활성화 등으로 고객정보 기반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필요에서 출발한다.

반면, 고객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디지털 활동을 하면 할수록 실물활동의 감소로 편리성은 높아지지만 그만큼 자신의 관심사와 소비 등의 활동은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나 다양한 개인적 네트워크까지 사업자들에게 노출시키는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빅 데이터는 우리의 디지털 활동에 대한 편리함의 증진이라는 긍정적 측면의 접근외에 디지털 활동의 증가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프라이버시의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역기능적인 측면들을 어떻게 균형을 이루게 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이르게 한다.

다양한 정보미디어의 등장과 진화의 과정에서 새롭게 생성되는 정보의 효율적인 이용이 기업이나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기기들의 등장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들을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손쉽고 빠르게 분석해 선제적으로 활용하느냐가 빅 데이터 시대의 화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인류가 추구해 온 물질적 풍요의 끝은 기후변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즉, 효율적인 정보의 이용을 통한 편리함의 추구를 위해 디지털 기기들을 더 많이 사용하고 네트워크 상에 더 많이 머무는 것은 궁극적으로 네트워크 상에 우리의 흔적을 그만큼 많이 남겨 이들이 악용될 수 있는 기회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새롭게 다가오는 빅 데이터라는 기회의 활용은 각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대책과 함께 고려될 때 진정한 빅 데이터 활용의 의미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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