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주기를 맞은 한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 4·3은 여전히 미완성이고 진행형이다. 지난 2000년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후 12년, 지난 2003년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한 ‘제주 4·3 진상조사보고서’ 확정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를 대신한 공식사과 이후 9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4·3은 아직 제 이름조차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통령이 단 한번도 4·3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고, 정부·여당의 4·3특별법 개악과 4·3위원회 폐지 시도, 극우보수세력의 4·3 폄훼와 헌법소원 등 ‘역사반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지막지한 공권력을 동원해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되는 강정에서, 제주 섬에서 국가공권력에 의해 3만여명으로 추정되는 무고한 제주도민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64년전 국가안보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가안보의 망령
지난 2003년 정부가 확정한 제주 4·3 진상조사보고서는 당시 자행된 대규모 인명살상을 ‘국가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최종책임자로 당시 군통수권자인 이승만 대통령, 그 배후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던 미군을 지목했다.

정권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안보를 내세워 제주도민들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고 제주 섬을 초토화시킨 이승만 정권과 미국의 이해관계속에 수만명의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이다. 그리고 64년이 지난 오늘 4·3은 국가안보를 빙자한 해군기지 공사 강행속에 마을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전국 각계의 국민들이 공권력에 유린되는 강정을 마주하고 있다.

MB정부와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영토도, 영해도 아니고 중국과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수중암초 이어도를 핑계로 ‘중국위협론’을 내세워 해군기지를 정당화한다. 반면 첨단 이지스체계로 중무장한 구축함을 비롯한 기동전단과 잠수함전대 등의 모항인 대규모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미국의 중국포위전략에 편입돼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동아시아 갈등의 화약고가 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오히려 위협하게 될것이라는 세계 석학들과 전문가들의 경고에는 귀를 닫는다.

특히 화순항에 들어서는 해양경찰 전용부두와 확장공사가 이뤄지는 제주항 전용부두를 해군 기항지로 활용하면 국제적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유사시 안보문제에 얼마든 대처할수 있고, 국가예산 낭비도 막는 건설적인 대안이 있음에도 모른체 한다. 이는 국방부·해군의 ‘몸집불리기’ 욕심과 군산토복합체(military-industrial-constructive complex)·극우보수세력의 이해관계를 챙기면서 오는 11일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선거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보려는 ‘꼼수’다.

때문에 평화·인권·환경·생명의 인류보편적 가치와 절차·과정의 정당성 등을 요구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전국 각계의 국민들에게 종북·좌파라는 색깔을 씌워 경찰 공권력을 동원한 무자비한 체포·연행·사법처리 등을 통해 인권을 유린하고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육지경찰, 구럼비바위 발파와 포구봉쇄, 무차별 체포·연행 등이 일상화된 강정은 응원경찰과 서북청년단, 해안봉쇄, 예비검속, 집단학살의 배후에 있던 미국 등 64년전 4·3의 비극이 현재화된 것과 다를바 없다.

제주의 자존 세워야
‘제2의 4·3’에 대한 우려는 단지 기우(杞憂)가 아니라 강정마을과 제주 섬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2005년 화해와 상생의 4·3특별법 정신을 토대로 다시는 4·3과 같은 비극이 없게 하고, 국제교류협력의 장이자 세계 평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정부가 지정·선포한 세계평화의 섬제주가 국가안보의 망령에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국가안보를 빙자해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큰 해군기지를 강행하면서 제주도지방정부와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제주도민들의 자존심을 깡그리 짓밟은 MB정권과 배후세력의 오만함을 심판하고 자존을 세우는 것은 도민 모두의 책임이다. 오는 11일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2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는 무례한 정권의 버릇을 단단히 가르쳐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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