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현 정권에서 자행된 민간인 불법사찰의 본질은 외면하고 전임정부때 통상적인 공직감찰과 ‘물타기’에 나선 것은 정말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하고 책임자들을 엄중문책하는 한편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도 모자랄판에 밝혀진 문건의 80%가 전임정부때 일이라며 ‘물귀신작전’을 펴는 것은 현 정권의 바닥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본질은, 국민들이 잠시 빌려준 권력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 ‘주인’인 국민들을 감시하고 억압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엄청난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현 정권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어 정치인·언론인·공직자·기업인·연예인 등을 가릴것없이 전방위적인 불법사찰과 함께 이를 덮기 위한 은폐와 증거인멸, 수사 축소, 회유 등을 벌인 권력형 범죄의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노무현 정부때 일이라고 주장하는 80%의 문건은 국무총리실 사찰문건이 아니라 일선 경찰서와 경찰청이 작성한 감찰·정보·동향보고 등의 자료라고 한다. 〈리셋 KBS 뉴스9〉을 통해 지난 2008~2010년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의 사찰문건 2600여건을 입수해 공개한 KBS 새노조도 80%의 문건이 경찰의 통상적인 보고서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번에 밝혀진 불법사찰 문건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종익 전 KB한마음대표에 대한 불법사찰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인 증거 은폐와 인멸, 수사축소 등이 이뤄진 것은 장진수 전 주무관의 양심선언 등을 통해 드러나 검찰의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들이 지난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195회에 걸쳐 청와대를 들락거리면서 법무부장관인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과 공직기강팀장 등을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권력을 이용해 전방위적인 민간인 불법사찰을 벌인 중대한 범죄행위를 경찰의 통상적인 감찰·정보·동향보고 등과 연계시켜 무마하고 파장을 줄여 보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 정권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얼마나 뒤흔들었고, 증거 은폐·인멸, 수사축소와 회유 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낱낱이 밝혀내고 엄중한 처벌을 통해 다시는 이런 권력형 범죄행위가 발붙이게 못하게 발본색원(拔本塞源)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는 11일 국회의원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국민적 심판이 내려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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