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나던 소가 웃을 일이다. 지난 30일 지원유세차 제주를 방문했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해군기지 문제를 두고 이념 운운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해군기지 문제는 이념으로 접근하면 제주도에도,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생과 안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훈수했다고 한다. 입지선정에서부터 추진절차와 과정, 군함용으로 드러난 설계 등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위원장의 이런 인식은 그 자신은 물론 새누리당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본다. 민주주의에 합당한 최소한의 절차와 과정을 요구하며, 평화·인권·환경·생명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와 대대로 이어온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무슨 이념이라는 말인가.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때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무엇보다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한후 추진해야 한다”고 했던 말을 벌써 잊은 것인가. 더불어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평화활동가들을 비롯한 국민들과 야당에 색깔을 씌워 극우보수세력을 결집시키고 선거에 이용하려는게 대체 누구인지 묻지 않을수 없다.

강정마을 공동체를 완전히 무너뜨려놓고 경찰 공권력을 앞세워 해군기지 강행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억압하면서 민생은 또 무슨 말인지 황당해진다. 무늬만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일뿐, 15만t급 크루즈선은 고사하고 대형군함도 입출항이 어려운 강정항 설계문제를 한번이라도 들여다봤는지 궁금하다.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에 편입돼 제주를 동아시아 갈등의 중심에 몰아넣어 오히려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은 해군기지를 강행하면서 구시대적인 안보 논리를 들이대는 것도 가당치 않다. 박위원장은 국가안보를 빙자한 정권의 탐욕으로 희생된 무고한 국민들의 죽음을 알기는 하는가. 최소 3만여명의 도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4·3, 박 위원장의 아버지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 군사정권시절 민주투사들에 대한 정권의 탄압도 국가안보라는 이름아래 자행됐다.

박 위원장이 할 일은 색깔씌우기가 아니라 유신독재시절 스러져간 민주영령들과 국민들에게 아버지의 과오에 대해 진정성있는 사죄를 하는 것이다. 제주에 왔으면 4·3평화공원을 찾아 국가안보의 망령으로 희생된 피해자와 유족,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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