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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과정평가위원회를 만들자[칼럼] 강봉수 / 제주대 윤리교육과 교수 /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 대표
▲ 강봉수

이 정부는 집권이후에 이른바 MB식 교육개혁 로드맵에 따라 다양한 교육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입전형의 자율화, 고교다양화정책(특수목적고·자립형사립고·마이스터고 등),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 평가, 영리국제학교, 교육과정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제도 개편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한마디로 교육을 시장의 논리로,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발상을 교육영역에까지 적용하는 처사였다. 최근에는 대학 선진화라는 명분 하에 국립대학지배구조 개편과 교육역량 강화를 똑같은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거두절미하고 나는 이 정부가 추진한 교육정책 중에 가장 불행한 선례로 교육과정 개편을 들고 싶다. 2009년 12월에 고시된 ‘2009교육과정’은 일찍이 ‘미래형교육과정’이라는 명칭으로 시안이 마련되고, 형식적인 토론회를 거치는 동안 많은 교육계와 전문가들로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그러나 이 정부는 교육과정 개편을 강행했고, 2010년에는 ‘2009교육과정’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제도의 개편에도 박차를 가해 최근에 2014년부터 적용될 수능제도가 공시된 바 있다.

‘2009교육과정’과 수능 개편안의 내용을 자세히 언급할 공간은 없다. 다만 논란의 핵심은 밝혀둘 필요가 있다. 교과부가 교육과정과 수능제도를 개편한 취지는 교과목 수의 축소를 통해 총 학습량을 적정화하고 수험생들의 부담을 완화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교과부의 취지와는 달리 많은 비판가들은 이러한 안이 국어·영어·수학 등 이른바 주요 과목을 더 중요시하는 대신 도덕·가정·기술·예체능 과목을 더욱 주변화하고 수업시수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지적했다. 수능개편안이 공개되면서는 사회 및 과학탐구 과목까지도 경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우려한 바 있다.

비판가들의 지적과 우려는 현장교육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교장에게 주어진 20%의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은 국어·영어·수학 과목들에 더 많은 시수를 할당하는 대신 도덕·가정·기술·음악·미술 등의 과목은 집중이수제를 적용하는 등 그만큼 시수가 줄어들고 있다. 올해 신학기 들어서는 학교폭력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체육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침으로 이른바 주변 과목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현장의 교육과정 편성 자체가 혼란을 겪는 상황이다.

교육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 현실화되는 상황보다 내가 더 우려하는 점은 특정정권이 교육과정의 근본을 바꾸는 구조적 개편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에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도 특정교과의 내용을 정권의 입맛에 맞도록 개편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이 정권처럼 교육과정의 근본 틀 자체를 바꾸는 일은 없었다. 교육과정사를 돌아볼 때, 대략 10년 주기로 개편이 있어 왔고, 그러한 주기가 급변하는 시대적·사회적 상황에 걸맞게 교육내용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고려해 수시교육과정 개편이 도입된 바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이미 2007년에 교육과정 개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육의 근본 틀을 바꾸는 시도를 감행하고 만 것이다.

특정정권이 교육과정의 근본 틀을 바꾸는 일은 정말 나쁜 선례이다. 다른 정권이 들어서면 또 그들의 입맛에 따라 개편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교육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교과부라면 차라리 폐지돼야 할 부서라고 생각한다. 교육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은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하지만, 교육과정과 수능제도 등 교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교육정책은 정부가 아니라 독립된 민간 차원의 전문가와 교육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곧 국회의원 선거와 연말에 대선이 있다. 차제에 나는 모든 정파를 망라한 민간 전문가들과 교육자들로 구성하는 가칭 ‘국가교육과정평가위원회’를 둘 것을 정치후보자들에게 제안한다.

제주교육희망네트워크의 조사(2010)에 의하면, 응답자의 69%가 국어·영어·수학과목을 더 중시하고, 도덕 및 예체능 과목을 줄이는 ‘2009교육과정’에 반대한다. 국·영·수를 잘한다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 아니다. 오히려 ‘2009교육과정’은 다른 과목에 재능을 가진 학생들을 차별하는 정책일 뿐이다.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도 이러한 교육과정 때문이지 않은가.

강봉수  bingwoo@ch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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