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제주도정이 막무가내로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나선 정부·해군에 백기를 들었다. 15만t급 크루즈선이 안전하게 드나드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대한 검증과 공사 일시중지라는 최소한의 요구도 관철시키지 못하고 정부·해군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제주도는 국무총리실과 합의한 크루즈선 입출항 시뮬레이션 검증기간 동안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라는 요구에 대해 ‘시뮬레이션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공사 위주로 진행하겠다’는 해군의 답변을 받고 29일 예정됐던 공유수면매립공사 정지명령을 위한 3차청문회를 4월 12일로 연기했다. 덕분에 시간을 번 해군은 방파제공사(해상공사)는 중단하되 적출장과 케이슨제작장 조성 등 육상공사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해상공사는 선박검사를 받지 않은채 불법운항하던 케이슨 운반선이 선박검사 때문에 최소 한달간 운행이 불가능해 어차피 중단될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해군이 시뮬레이션 검증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케이슨제작장 조성 등을 위한 구럼비바위 발파를 언제든 할수 있게 제주도가 만들어준 것이다.

비겁한 말장난·꼼수
구럼비바위는 평화·인권과 환경·생명의 가치를 지키려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의 상징이자, 국가문화재 지정 필요성이 대두될만큼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 구럼비바위 발파가 시뮬레이션과 직접 상관이 있네, 없네 따지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는 4월1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정치환경이 바뀌기전에 구럼비바위를 완전히 파괴해 되돌릴수 없게 ‘말뚝’을 박으려는 정부·해군의 의도를 제주도가 충실히 따른 것 밖에 안된다.

특히 제주도가 국무총리실과 재검증을 합의한 시뮬레이션은 국방부가 단독으로 실시했고, 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발주했다고 한다. 제주도의회와 국회 해군기지 소위원회 등을 통해 강정항 설계가 15만t급 크루즈선 2척 동시 접안은 고사하고 대형군함도 입출항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해 11월 12~12월 2일까지 소리소문없이 실시한 것이다.

더욱이 그 내용을 보면 고마력 예인선 배치와 일부 항만구조물 재배치, 설계풍속(7.7m에서 14m)과 횡풍압면적(8584.8㎡에서 1만3223.8㎡) 변경 적용 등 지난 2월 14일 국무총리실 기술검증위가 검토결과에서 제시한 조건들을 두달전에 귀신같이 알아맞춰 시행했다. 때문에 기술검증위 검토보고서는 국방부 시뮬레이션에 ‘짜맞추기’한 것밖에 안된다.

제주도가 국방부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한 국가정책조정희의의 공사강행 결정을 받아들일수 없다며 객관적인 재검증을 요구한 것도 공정성·신뢰성 문제가 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도의회와 강정마을주민들이 참여를 거부한 시뮬레이션 검증에 덥석 합의하고, 강정항 서측 돌제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조정하는 것은 실시설계 변경사유로 공사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뒤집고 청문회를 연기한 것은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실질적인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건설해 안보사업을 시행하고, 주변지역발전계획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보해 지역발전을 도모한다는 제주도의 ‘윈 윈’ 해법은 의미가 없게 됐다. 이런 와중에 도민의 편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던 우 지사는 지난 28일 제주관광 홍보를 내세워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으로 떠났다.

도지사는 어디에 …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우 도정이 정부·해군의 일방적 협박에 비겁하게 굴복했다고 규탄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시뮬레이션 검증이 아니라 공사중단 명령이 우선이라는 도민적 여론을 외면하고 정부·해군의 눈치를 보면서 청문회를 연기해 구럼비 발파 등 해군기지 공사를 강행하게 함으로써 도민들의 남은 자존심마저 가차없이 짓뭉개고 말았다는 이유다.

이들은 우 도정을 중앙정부와 해군에게 철저히 무시당하면서도 도민을 위해 당당하게 맞서지 못하는 굴종의 도정, 비겁한 도정이라 규정하고 이제라도 청문회를 속개하고 해군기지 공사를 즉각 중단하게 할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메아리없는 외침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럴 경우 전임 김태환 도지사에 이은 두번째 주민소환운동도 배제할수 없게 된다. 그 책임은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한 도민이 아니라 우 도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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