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의지 표명으로 수면위로 부상했던 체육고 설립이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체육고 설립에 나섰던 제주도체육회와 예산·수요 등의 문제로 난색을 표하는 제주도교육청간 줄다리기 끝에 남녕고 체육학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타협을 했다는 것이다.

도내 체육계에서 거론되는 수준에 그쳤던 체육고 설립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지난해 9월 우 지사가 전국체전선수단 결단식에서 필요성을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우 지사는 “도내 초·중학교 유망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타지역으로 전학을 가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주체육의 발전을 위해 도교육감·도의회의장 등과 체육고 설립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도체육회와 도교육청·제주도 관계자들이 (가칭) 제주체육고 설립을 위한 1차 실무자회의를 연데 이어 도체육회가 3000만원을 들여 타당성 용역을 실시키고 하는 등 급진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데 양성언 도교육감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800억원으로 예상되는 체육고 설립 예산과 운영비 문제 등을 이유로 불가 입장을 표명하면서 제동이 걸려, 논란끝에 남녕고 체육학과를 다른 지역 체육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들과 문회예술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가시화됐던 에술고등학교 설립 논의도 잠잠해진 모습이다. 예술고 역시 도교육청이 예산·운영 등의 문제로 난색을 표해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제주도만 유일하게 예술·체육고가 없는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지역의 예술·체육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고가의 사교육이나 다른 지역으로 ‘유학’을 가야하는 등에 따른 제반 비용 절감 등 예술·체육고 설립 필요성에 대해선 지역사회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본다. 경제적 사정 등으로 형편이 안되는 학생들은 예술·체육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도 그러하다.

도교육청은 예산타령만 할게 아니라 제주도와 문화예술·체육·교육계 등을 중심으로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예술·체육고 설립을 위한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이 합당하다. 기존 특성화고를 전환해 예술·체육고로 통합 설립·운영한다면 예산·수요 등의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할수 있을 것이다. 예술·체육고 설립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도교육청이 학생·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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