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주 체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8
설립비용 800억 연간 운영비 등 재정적 뒷받침 불투명

교사 위·해임, 진학 해결 등 체육고 대안 남녕고에 보다 근본적 지원책 있어야

 [제주도민일보 박민호 기자]지난해부터 이어진 ‘제주체육고설립’ 논란이 최근 잠잠하다.

“운영예산 및 정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도교육청과 “소규모라도 만들어 제주를 떠나는 아이들을 잡아야 된다”는 도체육회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두기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최근 이들 기관이 “현재 운영중인 남녕고(체육학과)에 보다 많은 관심과 투자를 통해 오는 2014년 제주 개최 예정인 제95회 전국체육대회를 대비하자”는데 의견을 모으면서 현재 ‘체육고설립’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아직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역사적인 제주체전이 개최되는 2014년. 그해 3월은 울산체육중·고등학교가 개교하는 해다. 이렇게 되면 전국 16개시·도 중 제주만 유일하게 체육고가 없는 지역으로 남게 된다. 제주 엘리트체육 인제 양성 등을 위해 꼭 필요한 체육고설립문제. 논란이 됐던 그 이면을 짚어본다.

체육고설립 논란은 지난해 9월 제92회 전국체육대회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한 우근민 지사의 발언을 계기로 불거졌다.

당시 우 지사는 “도내 초·중학교 유망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가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주체육 발전을 위해 양성언 교육감, 문대림 의장 등과 체육고 설립 문제에 대해 연구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체육고 설립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전까진 ‘제주에도 체육고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도청 책임자의 공식 발언 이후 체육고 설립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진 것이다.

도지사의 발언 직후 도체육회는 제주도·도교육청·도체육회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가칭)제주 체육고 설립을 위한 제1차 실무자 회의(2011년10월)를 열고 각 기관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선수들의 체계적인 육성과 엘리트 체육 인력 양성 등 체육고 설립에 따른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의견을 함께 했지만 체육고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채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하지만 도체육회는 지난해 말 제15차 이사회를 열고, 올해안으로 예산 3000만원을 투입해 제주지역 체육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체육고 설립을 위해 행보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양성언 교육감은 도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2012년1월9일)에서 “울산체육중·고 설립 비용에만 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며 “체육고 설립은 아직은 ‘시기상조’다.체육고의 대안으로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체육고 설립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후에도 양 기관사이 팽팽한 기싸움이 계속됐지만 최근 ‘현재 운영중인 남녕고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자’는데 의견을 모아 ‘체육고 설립’논란은 일단락 됐다.

송승천 상임부회장은  “현재 남녕고 체육특기생들이 훈련에만 전념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도체육회가 훈련비 등을 지원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남녕고의 수준을 타 체육고등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것이 2014년 제주체전을 앞두고 도체육회와 도교육청, 남녕고 가 윈-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식비 현실화를 주장했다. 송 회장은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과 같은 양(열량)의 식사를 하는건 말이 안된다”며 “현재 2700원(한끼기준)으로 책정된 식비를 운동부에 맞게 현실화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남녕고 체육학과는 육상(14명)·수영(8명)·체조(2명)·볼링(9명)·역도(5명)·유도(23명)·태권도(21명)·레슬링(13명)·복싱(6명) 등 9개부 101명의 체육특기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중학교에서 남녕고 체육과로 진학한 신입생은 35명(40명 정원)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남녕고가 실질적으로 (제주)체육고 대용이다”고 밝힌 도교육청 양한진 장학사는 체육고 설립에 신중한 입장이다.

양 장학사는 “지난 1998년 제주체전을 앞두고 체육고 대용으로 남녕고 체육과(1993년)를 만들었다”며 “이후에도 전국 체육고등학교 대항전에 제주를 대표해 출전하는 등 실질적인 체육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립학교인 남녕고 내 체육과가 체고 대용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일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교사 위·해임 문제다.

사립학교에서의 교사 선택은 자유다. 가령 9종목 중 올해 신입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종목의 교사를 신규로 채용하거나 기존 종목 교사를 해임 할 수 없다는 예기다.

양 장학사는 “인적활용에 제약이 따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신입생이 줄어든다고 교사를 바꿔버리면 종목의 연속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체육고가 설립된다 해도 이같은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체육고 설립문제. 분명 필요한 문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설립하는지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 설립초기 약 800억~1000억원이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고 설립 후에도 매년 23~30억의 추가 운영예산이 필요하다. 올해 남녕고 체육과에 지원되는 예산이 6억원(훈련비·코치비 등 교사인건비는 제외)이다.

물론 기존 시설(종합운동장 등)을 활용하고 재학생 수를 줄이면 예산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또 제주지역 아이들의 진학에도 큰 영향을 준다. 진학에 대한 동기 부여는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일 수 있으며 타 지역 우수인재들은 제주로 끌어올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 장학사는 “체육고에 연간 20억 이상의 운영비가 들어가는데 이중 1/10만 남녕고에 지원해도 지금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예산. 지난 9월 실현 가능성 없는 도시사의 선심 발언은 이후 수많은 논란을 잃으킨 ‘체육고 설립’ 문제는 “있는 시설이나 잘 이용하자”며 ‘용두사미’로 끝이났다.

지난해 제주의 재정자립도는 25.1%로 전남(20.7%)에 이어 전국 최하위권. 결국 도의 재정을 생가하지 않고 수백억 이상이 필요한 사업을 아무 대책없이 내던진 도지사의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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