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에 제주지역 3개 선거구에서 10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고 29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선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저마다 제주도의 발전과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온 몸을 다바쳐 일하겠다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호소하고 있다.
선거는 국민들이 국가의 주인임을 체감하는 민주주의의 잔치다. 국민들에게 오만방자한 정권도, 정당도, 후보들도 선거때만큼은 머리를 조아린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냉철하지 못한 판단과 선택으로 뽑아놓고 후회한 경험이 어디 한두번인가.

시민권력시대 가늠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 길목에서 치러지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무엇보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표’로 어떻게 표출되느냐에 따라 진정한 시민권력의 시대로 갈수 있느냐에 대한 가늠자가 된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이명박 정권 4년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들의 판단과 선택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변수가 될것이다.

소고기 광우병 논란과 국민에 대한 정부의 대응, ‘미네르바 사건’과 민간인 사찰 등에서 나타나는 표현의 자유 위축과 민주주의의 후퇴, 제주 4·3과 5·18민주항쟁운동 등에 대한 폄훼와 역사 왜곡, 4대강 ‘토건개발’사업 강행과 한미FTA 비준 강행처리 및 발표, 한중FTA 추진 등이 그러하다. 제주지역 차원에선 끊임없는 4·3 흔들기 시도와 함께 소통을 외면한 강정 해군기지 강행, 대통령 공약인 제주신공항 건설 지연 등이 유권자들의 평가 대상이 될것이다.

특히 해군기지 문제는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검증, 공유수면매립공사 정지 사전예고 및 공사 일시 중지 등 제주도지방정부의 최소한의 요구마저 무시하고 강행하면서 도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은데 대해 엄중한 심판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토도 영해도 아니고 중국과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중첩되는 이어도를 비롯한 불확실한 안보 위협을 내세운 색깔론으로 해군기지를 정당화하고 이번 선거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꼼수’도 그러하다.

‘불통정부’ 견제와 국민들의 삶을 편안하게 해주는데 실패한 집권여당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 등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심판도 이번선거에서 내려져야 할것이다.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공천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후보공천은 정당의 정체성과 신뢰성, ‘안철수 현상’을 통해 나타난 기존 정치권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욕구를 각 정당들이 얼마나 겸허히 수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불투명한 심사방식을 통한 단수공천이나 인지도 조사 수준인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방식으로 이뤄지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로인해 새로운 정치의 핵심인 참신한 인물들의 수혈이 없는 ‘기득권 나눠먹기식’ 구태가 재연되는 등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 현실이다.

선언적인 기자회견이나 성명 발표 등에 그치면서 정부의 일방통행을 막지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해군기지 문제와 제주신공항 건설 지연, 4·3의 완전한 해결, FTA 대응책 등 지역현안 해결과 선거공약 이행 여부 등 현역의원들에 대한 평가도 선택에 필수적인 요소다. 다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과 도민들의 삶의 문제에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왔느냐를 냉철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책임을
국민들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시민권력의 시대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국민들의 폭넓은 정치참여와 기회의 공정성, 분배·재분배의 공정성·공평성 등 시민권력의 시대에 부합하는 가치들이 실현되고, 정치인들이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같은 눈높이에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생활정치는 유권자들의 제대로 된 선택을 통해서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향후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이 어떻게 짜여지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냐, 제주의 미래상은 어떻게 그려질것이냐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것이다. 지연·혈연·학연 등 온갖 연고주의와 이해관계 등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일꾼을 선택하는 깨어있는 유권자들의 의식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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