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교육> 65 토론교육

<전문>“뭐래~” 중학교 2학년 A양은 토론을 시작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휴대폰을 꺼내든다. 자신과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는 상대방의 이야기가 짜증나고, 말을 길게 주고받을 이유를 못 느낀다. 연예뉴스에 댓글을 달며, 또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살피며 ‘일방적 소통’에 길들여진다. 머리 아프게 논리를 펴가며 ‘토론’하는 것 보다는, 말 하는 것도 듣는 것도, 한 방향이 편하다. 공부야 그냥 술술 외우면 그만- ‘토론 잘 하기’가 왜 중요하다는 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 제주도민일보 DB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토론교육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아직 상대방과 대화하는 방법을 우선하지 않는다. 일방적 소통이 익숙하고, 교육은 그래서 주입식이 강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방법을 따로 터득해야 한다. 매일같이 진도 나가기에 벅찬 학교에서 ‘토론교육’은 후순위다.

선진 교육의 모델로 꼽는 핀란드. 대안교육의 예를 꼽을 때, 항상 일순위인 이 나라에선 ‘토론교육’이 우선이다. 미국도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토론하는 법을 가르친다. 정답이 아닌 것은 ‘오답’으로 채점하기보다, ‘왜’를 갖고 상대방과 열띤 토론을 펼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하나의 통일된 결론이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갖는 남의 의견을 들을 줄 안다는 데 있다. 다른 의견을 갖게 된 처지와 이유를 이해하려는 태도는, 곧 경쟁력이 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입, 대입 준비에 벅차니 ‘토론’이 낯설다. 제 뜻을 표현하는 ‘말하기’가 약하고, 상대방의 뜻을 살피는 ‘듣기’는 더욱 약하다.

사회성, 창의력, 논리력, 사회가 미래 인재에게 요구하는 필수 요소들이다. 하루아침에 뚝딱 배우고 터득할 수 없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것들이다. 다양한 경험과 상대방과의 소통, 지식을 기반으로 한 자기 생각 표현… 이 모든 것들을 두루 익히는 데에는 ‘토론’만한 것이 없다.

*이제는 '토론'이다
자기주도학습과 입학사정관제 등 학생선발시험의 방식이 다양화 되고 있다. 이들 평가의 공통점은 심층면접·집단토론·리더쉽 캠프 등 '토론'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 또한 ‘암기식’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옛날처럼 벼락치기 공부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문제를 비틀어 생각하기, ‘왜’를 풀이하는 다양한 경로의 생각 다루기'가 자연스럽게 베어나오는 ‘토론교육’은 창의성 교육의 대안이 되고 있다.

*토론도 종류가 있다.
토론은 토론의 성격에 따라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협의식 토론, conference)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반대편의 의견을 비판하여 물리치려는 방식 (논쟁식 토론, debate)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협의식 토론에서 참여자들은 문제 해결법에 대한 어떤 발언이나 주장을 펼쳐도 된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 논박할 필요도 없다. 대게 진행자가 토론을 인위적으로 종료시키고 다수결이나 어떤 권위에 의해서 결정을 내린다. 집단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논쟁식 토론은 명확한 주제에 엄격한 규칙이 존재하는 체계적인 토론의 형태다. 논쟁식 토론에는 어떤 주제에 대하여 찬성론과 반대론이 있다. 양론이 서로 상대편을 평가, 비판함으로써 자기 측 주장의 타당성이나 정당성을 입증해 상대를 승복하게끔 하는 형태다.

*일석多조, 토론으로 예절까지
토론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등을 종합한 교육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준다. 상대방에게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상대의 말을 의도대로 알아듣고, 나의 말을 상대방이 의도 그대로 이해하도록 전달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뿐만 아니라 듣고 말할때 인내심을 길러주며, 대화의 자세 즉, 태도와 예절도 배울 수 있다.

둘째, 분석적이며 비판적 능력을 키워준다. 상대방의 의견이나 주장을 들을 때, 상대방의 말 속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과 그 말의 타당성을 검토하므로 분석력과 비판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워준다. 상대방의 말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논리를 눌러야 한다.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짚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고등사고력이 요구된다. 이는 곧 어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문제 해결력과 연결된다.

넷째, 민주 시민 교육이 가능해진다. 토론은 민주 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적 의사결정 능력이다. 아울러 토론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수렴한다고 볼 때 리더십을 키워주기도 한다.

*토론교육 10계명(전국 청소년 토론대회서 2년 연속 우승한 서울 세종고 김유동 지도교사)
1.토론의 목적은 상대방의 논리를 꺾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한다.
2.이를 위해 상대방의 말은 경청하되, 자신의 논리는 수정하고 반성하는 훈련부터 실시한다.
3.정치·경제 등 거창한 담론보다 학교 생활이나 교우 관계 등에서 발생하는 친근한 문제를 토론 주제로 삼는다.
4.신호등 토론, 게임식 토론 등 흥미를 이끌어내는 토론 형식을 도입해 ‘토론은 재밌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5.영화,소설 TV 프로그램, 신문기사 등 다양한 매체에서 학생들이 토론 주제를 스스로 발굴하게 해 종합적 사고를 키운다.
6.성함이 다른 세 명의 학생을 팀으로 묶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도록 하면 해당 학생의 사회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
7.토론 자료를 작성할 땐 인터넷 활용을 자제하고 도서관에서 스스로 자료를 모으고 체계화하도록 지도한다.
8.토론이 능숙해지면 교내외 토론대회에 참가시켜 다른 학교 학생들과 교류하게 함으로써 지적 자극을 준다.
9.대회 참여 중엔 규칙을 준수하고 반드시 서로 인사하게 하는 등 토론예절을 가르친다.
10. 청중과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정연한 논리뿐 아니라 진정성과 감성 등 따뜻한 마음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기억하라 '토론 6단 논법'
익숙치 않은 토론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는 ‘토론 6단 논법’이 도움이 된다. '6단 논법'은 1958년 스티븐 툴민이 영국 캠브리지 대학 박사 학위 논문 <논술의 활용>에서 발표했다. 툴민은 1990년 미국에서 토론학회가 토론 분야의 탁월한 학자와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은 인물. 그가 발표한 6단 논법은 이후 국제 토론 챔피언 대회에서 쓰였다.

6단 논법은 사고를 하는데 사용되는 모형으로 말로 하면 ‘구술’ 글로 쓰면 ‘논술’이 된다. 6단 논법은 ‘안건·결론·이유·설명·반론꺾기·예외정리’의 6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안건: 토론의 주제 속에서 안건을 정한다. 안건은 찬성과 반대가 서로 맞설 수 있는 것으로 정한다.
-결론: 찬성이냐, 반대냐 결정을 한다.
-이유: 결론에 대한 이유를 말한다. 이유는 안건과 상관관계가 있어야 하며 여러 가지 많은 것을 다 포함하는 "큰 생각"이어야 한다.
-설명: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이유에 대한 옳고 그름을 생각하는 제 2의 왜? 를 묻는 과정이 설명이다. 설명은 이유보다 더욱 구체적이어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함에 목적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반론꺾기: 상대방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거나 예상 반론을 하는 것이다. 예상 반론은 찬성측 첫 발언자가 한다.
-예외정리: 어떤 일이든 절대적이지 않고 "예외"가 있는데 그 예외를 말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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