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0년 한국전쟁 발발직후 이뤄진 예비검속 희생자들이 국가공권력의 불법적 행위로 집단살해됐음이 60년만에 공식확인됐다. 최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제주예비검속사건 진실규명결정서를 통해 예비검속자 집단살해가 명백한 위법행위임을 밝힌 것이다.

유족들에게 전달된 결정서를 보면 예비검속 당시 제주서관내 1000여명, 서귀포서 관내 150~300명의 민간인이 1950년 7월 중·하순과 8월중순께 제주읍 정뜨르와 산지항에서 집단총살 또는 수장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가운데 진실화해위에 접수해 인정을 받은 희생자는 293건·195명에 불과하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불법적으로 예비검속을 한 경찰과 적법한 절차없이 예비검속자를 총살 또는 수장한 제주지구계엄사령부가 가해자임을 명시하고 책임을 상급수준으로 확대할경우 정부차원의 책임을 간과할수 없음을 명백히했다. 유족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공식사과와 피해보상, 유족 위령사업 지원 등도 권고했다.

그런데 26일 서귀포시 하원동에서 열린 삼면(서귀·중문·남원면) 원혼합동위령제에선 김태영 국방장관이 해군 제주방어사령관이 대신 읽은 추도사를 통해 ‘6·25전쟁때 군에 의해 발생한 불행한 사건으로 안타까운 희생을 당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의례적인 얘기만 전했다. 최소한 국방장관이 참석해 군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원혼을 위로하길 원했던 유족들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이는 영문도 모른채 억울하게 끌려가 국가공권력의 불법행위로 총살·수장돼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시신조차 찾지못한 예비검속 희생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 희생자 추가접수 및 시신 발굴 등을 통해 보다 명확한 실태와 진상을 규명하고 억울한 희생자 유족들에게 합당한 보상과 지원을 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책무일 것이다.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할 국군과 경찰이 비무장 민간인을 집단살해하는 비극은 다시는 되풀이돼선 안된다.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해 불법적인 예비검속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진솔하게 사죄하고, 군과 경찰이 국민을 진정 ‘주인’으로 받드는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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