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지방정부의 해군기지 공유수면매립공사 정지 사전예고 및 공사 일시 중지 요구와 이에 따른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해군이 공사를 강행하면서 강정 구럼비바위가 속수무책으로 파괴되고 있다. 4월1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통한 19대 국회 구성 이전에 되돌릴수 없을 정도로 공사를 강행해 말뚝을 박으려는 국방부·해군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오탁방지막이 훼손된 상태에서 공사가 강행되면서 강정앞바다가 흙탕물에 뒤덮여도, 선박검사도 받지않은 대형 바지선을 항만공사에 투입한 사실이 드러나도 공사는 멈출줄 모르고 있다. 지난 21일 제주를 찾은 최윤희 해군참모총장이 공사강행 의사를 다시 밝혔지만, 우근민 지사는 공사정지에 대한 얘기는 없이 15만t 크루즈선박 입출항 가능성 검증과 항만법 개정을 통한 무역항 지정 등에 대한 선언적 약속 정도만 요구했다고 한다.

입장 엇갈린 청문회
제주도는 지난 20일 열린 청문회가 끝난후 강정항 서쪽 해군함정 돌제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공유수면매립공사 실시설계 변경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에 해군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공유수면 매립공사 중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도의 입장인 반면 해군은 검토결과 변경승인 사항에 해당된다면 절차에 따라 조치할 것이나 공사중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해군이 제출한 공유수면 매립공사 실시계획에 15만t급 크루즈선 2척 동시 접안이 아니라 15만t급과 8만t급으로 됐다는 문제 제기도 해군은 부인하고 있다. 해군이 떳떳하다면 제주도가 요구하는대로 국방부가 단독으로 시행한 선박 입출항 시뮬레이션에 대한 검증작업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15만t급 크루즈선 2척 동시접안 문제는 정부와 해군이 주장하는대로 해군기지가 민군복합형관광미항으로 건설되느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핵심적인 문제다. 때문에 항만설계 검증작업 거부는 ‘무늬만’ 관광미항일뿐인 해군기지 공사를 하루빨리 몸집을 불리려는 국방부·해군의 의도를 감추기 위한 ‘꼼수’로 비쳐질수 밖에 없다.

청문회에선 도지사의 공사정지명령 적법성 여부에 대해서도 법률적 근거와 타당성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고 한다. 청문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16일 제주를 방문한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주장했듯이, 도지사가 공사정지 명령을 내리면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취소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할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해진다.

정부·해군의 이런 행태는 핵심적인 문제 해결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22일) 다시 열리는 청문회를 거쳐 내리게 될 제주도의 결론은 해군기지의 향배와 제주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너무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들끓는 민심
해군은 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기습발파에 이어 21일에도 참모총장의 방문에 맞춰 축포를 쏘듯 구럼비 노출암반 발파작업을 강행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이 저지에 나섰지만 공권력의 물리력앞에 어찌해볼 방도가 없다. 인권과 개발을 위한 아시아연대(FORUM-ASIA)와 세계인권연맹(FIDH), 세계고문반대기구(OMCT) 등 28개 국제 인권단체들이 2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국내 시민사회단체와 각계에서 나서고 있지만 ‘불통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이제는 도지사가 결단을 미뤄선 안될 시점이 됐다. 도민들을 비롯해 전국의 누리꾼·트위터리안들도 제주도 지방정부와 도민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민주주의적 가치를 요구하는 국민들을 무시하는 정부·해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공사정지명령을 내릴 것을 호소하고 있다. 트위터상에선 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구럼비바위 발파에 항의하는 삼성카드 거부운동도 벌어지는 등 국민적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와 해군이 크루즈선 입출항 시뮬레이션 재검증이라는 최소한의 요구마저 무시하고 공사 강행에만 몰두하는 상황에서 도지사가 더이상 결단을 미루는 것은 ‘시간끌기’밖에 안된다. 도민들은 도지사에게 정부에 휘둘리지 말고 도민을 믿고 공사정지 명령이라는 결단을 내릴 것을 호소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